202년 8월 24일 일요일 맑음
이호동네 밖으로 나갔다. 아침에 일어나 방청소를 했다. 처음부터 청소해야지,라고 계획했던 것도 아니었다. 딸과 아들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방구석구석 빈틈에 진열했다. 작은 창문 앞에는 딸이 그려 준 저녁노을 그림을 놓았다. 햇살이 들어오는 8절 도화지 크기만 한 작은 창문 앞이다. 유리로 된 창이지만 열리지 않는 창이다. 그림에 태양빛이 살짝 비추이니 저녁노을이 더욱 노을답다. 영화를 보기에 딱 좋은 크기의 텔레비전으로 넷플릭스 영화감상할 준비도 했다. 화면을 가렸던 천을 치웠다. 텔레비전 앞에 진열했던 십여 개의 액자를 다른 곳곳에 세웠다. 이제 가끔은 식사시간에 영화도 볼 여유를 갖기로 했다. 이호 바다가 보이는 베란다도 정리했다. 옆건물 방에서 바라볼 때 보이지 않도록 강아지 그림이 있는 천으로 창을 가렸다. 원형 철재 테이블과 철재 의자 두 개를 가지런히 놓았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 분위기가 느껴진다. 원형테이블 위에는 아들이 생일 선물로 그려 준 그림을 놓았다. 강아지 미소와 내가 웃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다.
11시 주일예배를 드리고 나니 12시, 점심 식사를 어디서 할까? 날씨가 더워, 여름 동안 교회에서 점심 준비를 하지 않는다. 집에 가서 먹을까? 8월이 끝나가는 시점에, 한낮의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수분기 전혀 없는 한증막 통속에 들어온 듯한 더위다. 나의 친구 같은 승용차로 걸어갔다. 에어컨을 가장 세게 틀었다. 글을 쓰기로 작정하고 노트북을 차에 실어 놓은 상태다. 집에 가기 싫었다. 맛집을 검색했다. 떠나자. 나가자. 이호를 떠나는 거야!
하귀 쪽으로 향했다. 고기도 싫고, 탕도 싫었다. 중국 음식도, 빵도 건강을 위해 선택하지 않았다. 하귀에 있는 삼계탕집으로 결정했다. 승용차 안은 에어컨으로 시원했다. 바깥 기온을 전혀 느끼지 않게 해 주었다. 핸드폰 유튜브로 신나는 영어 찬양을 검색했다. 나 혼자 누리는 바닷가 드라이브. 하귀 쪽으로 오니 바다가 더 광활하다. 삼계탕집에 가지 않았다. 나는 깨끗한 음식점에 가고 싶었다. 삼계탕집은 옛날 음식점처럼 허름했다. 오늘은 깨끗한 집에서 먹고 싶었다. 해변도로를 따라 달렸다. 가다가 보이는 음식점, 내 마음에 드는 음식과 장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노을리 카페' 카페 안은 정원이다. 각종 식물이 자란다. 넓은 카페 안에서 보이는 바다와 창문 밖 야자수. 여기다. 치즈가 듬뿍 얹힌 샐러드를 주문했다. 음악을 들으며 샐러드 야채 한 조각 한 조각씩 입에 넣고 씹었다. 맛있다. 평화로운 마음이다. 줄지어 서 있는 야자수가 영락없이 이곳이 제주도임을 느끼게 해 준다. 나는 제주도 하귀에 있는 카페에서 점심을 먹는다. 바다 위에 하얀 배가 떠 있고, 여행객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나는 나왔다. 내가 지내던 주변을 떠나 새로운 분위기를 누렸다. 참 잘했어, 이제 일요일에는 이렇게 나오자,라고 나는 나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