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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더 짧게

by 수수

헤어스타일을 바꾸었다. 긴 생머리로 머리 뒤에서 머리끈 하나로 질끈 묶고 다녔다. 그 뒤로 짧은 단발로 바꾼 지 1개월 반 정도 지났다. 어제, 짧은 커트로 잘랐다. 긴 머리칼이 걸리적거렸다. 한 쪽볼로 흘러내리는 앞머리칼이 불편했다. 우아해지고 싶어서 그 불편함을 견뎠다. 우아함도 드러내지 못했다. 너무 더워서 머리 뒤에서 머리끈 하나로 질끈 묶고 다녀야만 했다. 각진 얼굴 윤곽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두 번은 어색했지만 바로 익숙해졌다. 광대뼈가 드러나든지, 오른쪽 이마 함몰된 모습이 보이든지 아무 상관하지 않는 당당함이 생긴 걸까?

날씨는 더운데 긴 머리를 풀어 늘어뜨리기가 부담되었다. 다른 사람이 볼 때 얼마나 덥게 느껴질지, 더군다나 흰머리라서 더 늘어져 보이는 듯했다. 남의눈을 의식하지 않아야지, 자유롭게 살아야지,라는 마음과는 달리 신경이 쓰인다. 옷을 입든지, 헤어스타일을 바꾸든지 내 마음에 들고 기분이 좋으면 된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포함시켰나 보다. 내가 속한 공동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는 단발머리를 짧은 커트로 잘랐다. 시원하다. 무거웠던 무게감이 팍 사라졌다. 한쪽 볼에 흐르던 앞머리칼도 없다. 고개가 흘러내리는 머리칼이 있는 한쪽으로 기울곤 했다. 그 머리칼이 다 잘려나갔다. 이제 고개를 바로 한다.

학생들 앞에서 머리칼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머리칼이 한쪽 눈을 가려 불편했다. 과감하게 바꾸었다. 우아함보다 삶의 편리함을 추구했다.

1학기 동안 2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했던 학교에서, 2학기에는 4학년 담임교사다. 쇼트커트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동기다. 내 머리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4학년 학급에서 학생들의 요구에 재빠르게 반응하고 살펴야 한다. 이름도 표정도 낯선 학생 28명을 새로 만나야 한다. 섬에 혼자 들어가는 기분이다. 그 섬사람들은 모두가 서로를 다 안다. 나는 낯선 이방인이다. 헤어스타일을 바꾼 친구에게 묻는 질문, 무슨 일 있는 거야?

마음의 변화가 일어 난 흔적인 듯하다. 나처럼.

잘 해낼 수 있어, 라고 나는 나에게 말한다. 단단히 맘먹고 머리칼을 자른 나를 응원한다. 또 다른 새로운 시작점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힘을 내라고. 나는 나에게 새로운 일들이 닥쳐올 때마다 미용실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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