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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천장이 헐었다.

by 수수

2025년 9월 7일 일요일 오후

헐었던 입천장이 조금 나았다. 음식을 입에 넣기도 힘들 정도였던 입천장 상처가 아물어 간다. 오른쪽 귀는 통증이 심했다. 침만 삼켜도 욱신거렸던 귀 통증이 이제 좀 가라앉았다. 3일 만에 생긴 통증이 서서히 누그러져 3일 만에 거의 다 치유되었다. 신체에 이런 변화가 시작된 건, 며칠 전 9월 1일부터다. 8월 30일까지 2학년 아이들 담임교사였다가 9월 1일부터 4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고부터다. 갑자기 닥칠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는 미리 하고 있었다. 나를 이방인처럼 대할 수도 있는 40명, 새로 만난 28명의 아이들과 12명의 동학년 선생님들이다. 내 마음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를 스스로 평가하는 시간이다. 그들은 내가 묻는 모든 것을 자세히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천장이 헐고 귓병이 났다. `월요일부터 시작된 4학년 담임교사, 한 학기 동안 몸에 익숙해진 2학년 아이들과의 몸짓과 생각을 다 버려야만 했다. 말투와 말의 내용, 학생들을 향한 시선까지도 바꿔야 했다. 내 몸과 생각은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긴장상태였음이 분명하다. 나를 보는 아이들은 느끼지 못했을 거다. 내 표정은 여유로웠다. 몸짓도 자연스러웠으니까. 다만 나 자신만이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다 어색했으니까. 교실 환경도, 가르칠 내용도, 아이들 반응도, 아이들 모습도 하루 만에 달라진 거다. 더군다나 교사 책상 주변과 책상 속은 물건들로 가득했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만 간추리기 위해 보물찾기 하듯 했다. 교사용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을 절반이상 폐휴지로 정리했다. 아마도 나에게 필요할 거라 생각하고 다 남겨놓은 듯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사랑으로 가르친 흔적이 이곳저곳에서 보였다. 아이들이 밝고 활발했다. 그 섬세한 관심과 지도 덕분일 거다. 가르칠 내용을 연구하고 학급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학습활동을 점검해 주느라 물건을 정리하는 데는 시간이 없으셨을 거다. 성격도 나와는 다른 듯하다. 나는 내 주변에 물건들이 늘어져 있으면 답답하다. 물건을 들어내고, 나르고, 버리고, 쓸고, 닦고, 4시간 정도를 하고 나니 몸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 안에 저장된 힘이 다 사라지는 듯했다. 고갈된 힘을 끌어내려니 몸에 열이 났나 보다.

"얘들아, 선생님이 말을 하려고 침을 삼킬 때마다 귀에 통증이 심해서 표정이 일그러지기도 해. 이해해 줘요."

"왜요?"

"응,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몸이 힘들었나 봐."

2학년 아이들과 눈물을 흘리며 헤어진 지 며칠 만에 다른 아이들을 만나 내 사정을 말했다.

새로 만난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내가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모습이다. 수요일에 가장 심했던 상처와 통증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7일 동안 있었던 일이다.

2학년 담임교사로 1학기 기간제 근무기간이 끝날즈음, 2학기 4학년 담임교사로 지원하면서도 두려움은 여전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주어지는 대로 적응하자. 해내자.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성실하게 해내자. 정직하게 해내자. 욕심내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 맡겨진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도록 도와주자. 가까이 다가가 들어주고, 긍정적인 반응을 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해내도록 이끌어 주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한 학기가 쑥 지나가 있겠지. 그땐 또 헤어지는 아쉬움을 간직하겠지.

나는 기간제 교사로 떠돌아다닌 지 6년째다. 포항, 강릉, 제주도에서다. 만날 때 갖는 어색함, 두려움, 긴장감이 사라져 사랑으로 무르익으면 헤어진다. 그 만남과 헤어짐이 아홉 번째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려면 친밀해진 아이들을 마음에서 비워내야 한다. 친밀했던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 깊이 깔고 새로운 아이들을 만난다.

켜켜이 쌓여가는 그리움과 사랑이다. 그렇게 쌓인 세월이 36년째다.


얼마나 많은 상처와 통증이 생겼다 아물었을까!

그것이 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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