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람 Aug 04. 2022

나는 서프라이즈가 싫어!

초보 부부의 우당탕탕 결혼 생활

 우리는 결혼한 지 1년 반 정도 지난 초보 부부이다. 연애는 5년 정도 했지만 연애와 결혼은 매우 다른 것이었다.


 그는 모든 면에서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그는 타인의 시선 따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 타인의 평가라든지,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를 헤아릴 줄 모른다. 반면 나는 지나칠 정도로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슨 행동을 하던지 다른 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더 신경을 쏟고, 지극히 사소한 '점심 식사 메뉴 정하기'일지라도 '내가 고른 메뉴를 저 사람이 싫어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결국 '저는 다 좋아요!'라고 말해버리곤 한다.

 또 다른 점은 이것이다. 나는 지극히 계획적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일 출근할 때 입고 갈 옷, 출근하며 들을 노래나 라디오, 퇴근 후 도서관에 가서 무엇을 할지' 등을 미리 정해둔다. 이것이 누군가에겐 피곤한 일이겠지만 나에겐 안정감을 준다. 그는 즉흥적이다. 뭐 하나를 미리 정해두질 않는다. '어차피 상황에 맞게 바뀔 수도 있는 계획을 뭐 하러 미리 생각해둬?'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이런 다른 점으로 인해 며칠 전 감정싸움을 했다. 나는 수원에서 성남으로 출근을 한다. 퇴근 후엔 근처 시립도서관으로 가 책을 읽던지 글을 쓴다. 남편은 현재 집에서 공부를 하는 중이다.

 싸우던 날 아침에 그는 느닷없이 출근을 하는 나보다 먼저 집을 나서며 말했다.


 "나 오늘은 국토대장정을 할 거야! 열심히 운동할 거거든!" 신나게 이야기하는 남편에게 나는 별생각없이 "그래. 열심히 해."라고 대답을 한 후 출근을 했다. 근무 중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네 시간 쯤 시간이 흐른 뒤였는데 아직도 걷는 중이라는 것이다. 마음이 아주 답답해졌다. 그는 종종 무식할 정도로 운동을 과하게 해 운동 후 몸살이 난 전적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이젠 집에 가. 그런데 어디야?"라는 나의 물음에 그는 "비밀!"이라며 신나게 답을 했다. 어쩐지 불안해져서 캐물었다. 알고 보니 그는 수원에서 성남까지 7시간 30분의 거리를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나에게 묻지 않고 나를 만나러 오는 것, 나는 퇴근 후 반드시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방해받는 것이 싫었다. 두 번째로 그는 너무 힘이든 나머지 나의 회사까지 오지 못하고 차로 25분 정도 걸리는 곳의 카페에 앉아 데리러 오라고 했다. 지난 주말에는 친정에 다녀오느라 왕복 7시간이 넘는 거리를 나 혼자 운전했기에 퇴근시간에 막히는 도로를 운전하게 된 것이 굉장히 싫었다. 세 번째로 그가 있는 장소가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번화가라는 점이었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짜증이 났고, 남편이 신나게 찾아 놓은 떡볶이 맛집에서 식사를 하며 불만을 쏟아놓게 되었다.


 평소 그는 내가 짜증을 내면 받아주고 들어주며 나의 기분을 풀어주는데 애쓰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날은 남편이 더 기분이 상해 나와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고, 침묵 속의 식사를 마친 후 따로 걸으며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떡볶이를 다 먹은 후 밥을 볶아먹지도 못했다!!)


 후에 대화를 나눠보니 남편은 너무 힘들었지만 내가 서프라이즈로 찾아가 기뻐할 모습에 힘을 내서 걸었는데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에 비참해지고,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우습고 귀여운 남편의 행동이다. 소소한 해프닝으로 우리의 다툼은 마무리되었고, 내가 좋아하고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도 상대방에겐 어쩌면 그 반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결혼은 아무래도 깨달음의 연속인듯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