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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람 Aug 31. 2022

정말 네가 범인이 아냐? 그럴 리가!

과연 과자를 몰래 먹은 범인은?

 또 한 번 진용이와의 에피소드를 적어볼까 한다. 진용이는 먹을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였다. 과자를 주면 참지 못하고 바로 뜯어 나에게 “선생님 드실래요?”라고 물은 뒤 “아니야. 진용이 다 먹어도 돼.”라는 말을 듣자마자 허겁지겁 다 먹어치우는 그런 아이였다. 진용이와 함께 수업을 듣는 세형이는 그와는 정반대로 과자를 주거나 간식이 있어도 손도 대지 않고 “안 먹어요.”라고 말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항상 진용이는 자기의 몫을 다 먹어버리고는 남아 있는 세형이의 간식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세형이는 그런 눈빛을 읽어내지 못하고 먹지 않은 채 간식을 책상 위에 둘 뿐이었다. 그런 둘의 모습이 귀여워 항상 웃으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식개선 교육 준비로 인해 아이들 상품으로 과자를 사놓고 특수학급에 보관을 해뒀을 때 그 일이 벌어졌다. 교무실에 갔다가 특수학급에 갔는데 잠깐 사이에 상품으로 사 둔 과자가 뜯어져 있고, 그 안에 과자를 먹은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그 과자는 웨하스 같이 생긴 ‘로아커’라는 네모난 과자였는데 직사각형으로 포장되어 있어 하나를 빼먹어도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세형이는 과자를 관심도 욕심도 없기 때문에 당연히 진용이가 참지 못하고 내 책상에 있던 과자에 손을 대 먹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용이가 왔을 때 어떻게 물어보고 대처를 해야 할지 생각해뒀다.


 다음 시간 수업 시작종이 울리고 진용이가 해맑게 특수학급으로 뛰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진용아, 너 이리 선생님 앞으로 와봐.”


진용이는 혼이 날 때마다 내 책상으로 불려 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즉시 표정에 긴장감이 드러났다.


“왜요? 저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선생님이 진용이를 왜 불렀을지 한 번 진용이가 생각해봐.”

“음… 음…, 모르겠는데요.”

“진용아, 이 과자 네가 먹었어?”

“예??? 아니요. 아닌데요.”

“진용아, 솔직하게 말하면 이 남은 과자는 다 너 줄 거야. 그런데 거짓말하면 앞으로 절대 간식은 주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 이 과자 네가 먹었어?”

“아닌데요.. 제가 안 먹었어요.”

“진용아. 우리 교실에는 선생님이랑 진용이, 세형이 형만 들어오잖아. 맞지?”

“네..”

“그럼 선생님도 이 과자를 안 먹었고, 진용이도 안 먹었으면 과자 먹은 사람은 세형이 형인 거네?”

“(한참 동안 고민하다)네.. 세형이 형이 먹은 거예요.”


이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나고 실망스러웠다. 본인이 혼나지 않으려고 세형이가 먹은 거라고 거짓말을 하다니!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학생이 아니라고 하는데 “맞잖아. 너만 과자 좋아하고 세형이 형은 과자 싫어하는데 네가 먹은 게 맞겠지!”라고 다그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알겠다고 말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을 하면서도 진용이에게 실망스러워 기분이 좋지 않았고, 진용이 역시 시무룩해 보였다.


수업이 끝나고 진용이를 원반으로 올려 보내고 난 뒤, ‘거짓말’에 관한 주제 수업을 한 번 해야 할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진용이에게 효과적일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나 혼자 있는 교실에서 휙-하고 무언가 지나가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뭐지? 잘못 느낀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수업 준비를 계속하고 있는데 내 책상 위, 내 눈앞에 쥐 한 마리가 올라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 쥐와 눈이 마주치고 나는 너무 놀라 소리조차 지를 수가 없었다. 도망치듯 교실에서 나와 교무실에 계시던 사회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다시 교실로 갔지만 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생각을 해보니 진용이가 먹었다고 생각한 과자가 사람이 뜯었다기엔 좀 모양이 이상했던 것이 떠올랐고, 비로소 범인을 알게 되었다.


다음 수업 시간, 진용이에게 말했다.

“진용아, 과자를 먹은 범인이 잡혔어.”

“누구예요? 세형이 형이죠?”

“아니. 선생님 책상에서 과자를 몰래 먹은 범인은 쥐였어. 찍찍 동물 쥐. 선생님이 진용이가 먹은 것처럼 혼내서 미안해.”

“네??????? 쥐요?????????”


진용이는 억울하게 혼난 것보다 쥐가 교실에 나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물론 나도 그날 이후 교실에 절대 혼자 있지 않았다.

진용이와의 일로 인해 또 한 번 깨달은 것이 있다. 바로 속단하지 않는 것!

눈앞의 상황이 당연해 보여도 절대 당연하다고 속단하지 않고 학생의 이야기부터 귀 기울여 듣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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