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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람 Sep 05. 2022

직장동료와 친구의 차이점

나도 모르게 하는 계산법


 작년 1월 나는 결혼을 했다. 그러면서 10년 넘게 살아온 전주를 떠나 수원으로 이사를 왔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었고 기쁘기도 했지만 막막하기도 했다. 결혼 후 타지로 떠나면 남편이 퇴근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만 기다려야 하는 것이 외롭고 괴로워 우울증세를 겪고 있다는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하며 겁을 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결혼 후 바로 일을 하지 않을 계획이었기에 더더욱 집에 있는 것 외에는 만날 사람도 할 일도 없었고, 그로 인해 괜찮겠냐며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MBTI 검사를 하면 I가 100%가 나오는 완벽한 집순이이다. 전주에서 살 때는 I임에도 늘 약속이 많아 체력이 방전된 채 집에 돌아와 혼자만의 시간을 잘 누리지 못했기 때문에 결혼 후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 많던 퇴근 후의 약속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기가 쏙쏙 빼앗길 일도 없으므로 ‘하고 싶었던 걸 하고 배우고 싶은 걸 배우자’라고 다짐하고 있었다. 주중에는 영어회화 학원도 다니고 맛있게 요리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 바빴고, 주말에는 집들이로 지인들을 초대하기도 하고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정신없는 6개월을 보냈다. 그런데도 남편이 없는 평일 낮 시간에는 외로움이 찾아왔다. 집안일을 하고, 좋아하는 드라마와 예능을 보며 시간을 보내도 공허함이 찾아왔다. 남편이 없는 낮 시간이었기 때문에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전화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계획과는 다르게 조금 더 빨리 기간제 교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스무 명 정도의 직장 동료와 함께 근무를 하고 있다. 그동안의 사회생활에서 직장 동료는 동료일 뿐 사적으로 가깝게 지내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에 같이 일하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모여있고 다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성향이나 관심사가 비슷한 선생님이 있고, 또 성격이 비슷하진 않지만 호감이 가 친해지고 싶은 선생님도 있어 내가 생각했던 관계보다 조금 더 가깝게 잘 지내고 있다.


 그러다 지난 주말, 거의 반년만에 친구를 만났다. 수원까지 나를 보러 오는 것이었는데 친구를 만나기 전 어디를 데리고 가 구경을 시켜줄지 고민하는 나에게 남편이 물었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는 건데 어색하지는 않겠어?” 사실 그런 걱정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남편의 말대로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글쎄.. 아닐 거 같은데?”하고 말았다.

남편의 걱정과는 달리 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너무 편안했고, 주말 약속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 시간은 선물과도 같았다. 친구와 만나면 늘 하는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나 직장에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그리고 시댁 이야기, 임신 준비에 관한 이야기, 요즘 관심사나 고민에 대한 것들까지 아무리 수다를 떨어도 시간이 모자를 지경이었다.


 ‘직장동료와도 장난치고 이야기하며 지내는데 왜 이런 편안함은 없는 걸까?’

 내가 생각한 바로 직장동료와 친구와의 차이점은 ‘계산’이다. 동료를 대할 때는 나도 모르는 새 계산을 하고 있다. ‘내가 지금 하는 이야기가 TMI는 아닐까?’, ‘근무 시간에 자꾸 말 시킨다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거 아냐?’, ‘저번에 한 번 도와주셨으니 내가 이번엔 도와드려야지.’와 같은 것들을 생각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피곤하게 따지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건 나의 성향상 어쩔 수 없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생각들이다.

 반면 친구와 함께 할 때는 이런 잡생각들이 필요가 없다. 내가 하는 얘기는 TMI가 아닌 나의 근황이며 심지어 친구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준다. 오랜 시간 친구였기에 성격을 무척 잘 알고 있어 서로 어디까지 배려하고, 어느 정도가 친구의 ‘선’인지 잘 알고 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 하더라도 학창 시절로 돌아가 거리낌 없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친구들이기에 더욱 마음이 편하다.


소중한 친구 덕에 위로를 받은 지난 주말이었다.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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