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의 장단점
지난 글에 이어 기간제 교사의 삶에 대해 몇 자 더 적어보겠습니다.
기간제 교사의 장점은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그 학교를 떠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근무지를 경기도로 옮기고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을 때 계약 기간이 5개월이었습니다. 물론 계약 연장이 되면 감사하게 여기고 계속 그 학교에서 근무할 생각이었죠. 다른 저의 글 '견딜 수 없을 만큼 싫은 사람!'에 등장하는 동료 교사와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복무 관련 결재를 해주지 않거나 인사도 받아 주지 않으며 나를 무시하는 부장교사 덕분에 '5개월만 버티자'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힘든 시기에 버텨야 하는 기간이 짧다는 것은 무척 감사한 일입니다.
물론 이 장점이 큰 단점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계약 종료 후 근무해야 할 학교를 계속 알아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기도에서 대략 30개의 학교를 지원하고 떨어지며 '임용고시 공부해서 합격하고 만다!' 생각을 키워갔죠. 결국 저는 현재 중등교사이지만 초등교사의 자격으로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답니다. (1년간 근무를 해도 경력이 9개월 정도밖에 인정되지 않습니다.) 2023년 2월을 마지막으로 이 센터에서도 떠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실이 기뻐요. 방학이 없는 센터가 저에겐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기간제 교사라 연가 일수가 경력에 비례하지 않고 아주 조금이거든요.
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 근무했던 중학교에서 다음 해 업무 분장을 할 때 교무부장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지금 선생님이 보건 업무를 맡고 있는데.. 혹시 내년에는 정보랑 평가를 맡아 줄 수 있을까?"
도교육청에서는 그때 특수교사에게 최대한 일반 업무를 맡기지 않을 것을 권고하는 공문이 왔었기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시험문제 출제도 안 하는 특수교사에게 '평가'업무라니요! 그러면서 부장님은 한 마디를 덧붙이셨습니다. "선생님이 기간제 교사라서 일을 많이 맡기는 건 절대 아니고, 혹시 너무 힘들 거 같으면 거절해도 돼." 저는 꼭 이 말이 '선생님이 기간제 교사니까 일을 조금만 더 맡아줘'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처음 근무하게 된 학교였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컸던 저이기에 '내가 일을 잘하니까 믿고 맡기는 거 아니겠어?'라고 생각하며 모두 떠안게 됐습니다. 이후 다른 학교에서 근무해보니 그 업무는 '나이스, 정보, 성적, 평가'로 세분화되어있었습니다. 비슷한 것끼리 묶어 커다란 덩어리로 업무를 맡게 된 것이었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단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바로 저의 피해의식과 비슷한 마음가짐이요.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기간제라서..?', '기간제 교사는 혹시 해당이 안 되나..?'라며 눈치를 보게 됩니다. 이건 사실 기간제 교사의 단점이라기보단 제 성격의 단점에 가깝긴 합니다만 눈치 보는 저의 성격을 제외하고서라도 상황이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를 나눠놓을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잠깐 임용고시를 준비하지 않아 아직도 기간제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좀 부끄러워집니다.
저는 지금 내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일 년 간 임용고시 준비를 해볼 것인지 기간제 교사로 근무를 계속할 것인지... <저는 기간제 특수교사입니다>를 연달아 쓰며 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했는데 더불어 이 글을 쓰니 제 스스로 생각 정리가 조금은 되어가는 듯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