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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람 Sep 30. 2022

사람사람사람, 그 속의 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다양한 사람이 있다.


친하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 어쩐지 함께하면 불편한 사람, 배울 점이 많은 사람, 왜인지 모르게 경계가 되는 사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등-


나는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깝게 지내지 않아도 그 사람이 좋다.

나는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고 가로채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싫다.

나는 사사건건 계산적인 사람과 함께하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

나는 무엇이든 꾸준하고 성실하게 해내는 사람을 보며 그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 사람들의 험담을 하며 앞에서는 전혀 싫은 티를 내지 않는 사람을 경계한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나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나'라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모든 이들이 다양한 사람으로 분류가 된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 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하루는 동생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냥 편한 사람이랑만 말하면서 살고 싶어. 애매하게 아는 사람 말고"


세상 사람이 모두 내가 엄청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아예 모르는 사람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하지도 않고 안 친하다고 할 수도 없는, 그렇지만 불편한 그런 사람'과 같은 애매하게 아는 사람이 없었으면 했다.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나의 피로감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그럴 수는 없는 세상인 거 알잖아. 맨날 이런 이야기 하는 것도 지겨워. 그렇지만 안 할 수가 없어."

돌아온 대답에 내가 느낀 것은 엄청난 공감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동생과 나눴었구나'라는 깨달음이었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인간관계에서 이 정도의 피로감을 느끼는 걸까?

도대체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까?

나는 사람들에게서 여러 가지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그럼 나는 그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일까?


20대 초반의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무조건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낯가리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낯가림은 없다.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는 것일 뿐!) 

그 당시는 MBTI 검사를 하면 E가 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는 나를 분위기 메이커라고 여겨 '분위기 좀 띄워봐!'라고 나에게 말해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지금의 나는 MBTI 검사를 하면 I성향이 100%가 나온다. 반반 나온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100% I라니..! 사람 성격이 이렇게나 확 변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글을 쓰며 되돌아본 '나'는 지나치게 타인의 감정을 먼저 생각한다. '나는 이 사람을 이렇게 생각하는데, 저 사람도 똑같이 느끼지 않을까??', '나는 저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면 불편함을 느끼는데 저 사람한테도 똑같이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며 내가 어떤 행동과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느낄 마음을 신경 쓴다. 나의 지나친 배려심이 인간관계를 기피하게 만든 꼴이 되어버렸다.


너무 피곤하다. 사람들을 대할 때 너무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이제는 정말 남보다 나를 더 배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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