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텃세에 대한 기억
몇 년 전, 기간제 교사를 하기 전에 졸업한 대학 단과대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졸업 후 처음으로 남들에게 직장에 다닌다고 소개할 수 있을만한 곳에서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때 나의 상태는 무슨 일이든 당장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에 교회 집사님의 소개로 그 단과대에서 일을 하게 된 나는 '살았다! 이제 됐다!'라고 생각했고,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일을 하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시작에 기대만 될 뿐이었다.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람은 총 9명이었고, 그중 실장님 한 명, 나머지 8명은 다 같은 직책으로 나이도 다 비슷해서 조금 친해지기만 하면 재밌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고, 잘 다가가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나의 착각이었을까? 출근하는 첫 날부터 그들의 텃세는 시작되었다. '점심시간에 나만 남겨두고 다 같이 식사하러 가버리기, 간식을 사 올 때 내 몫만 빼놓고 사와 내 앞에서 하나씩 나누어주기, 업무 관련 질문을 하면 정색하며 알아서 찾아보라고 하기, 연수가 있을 때 공지를 나에게만 안 해줘 뒤늦게 참석하게 하기' 같은 것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유치하고 하찮은 행동들이었는데.. 20대 중반이었던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견디기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너무 두려웠고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는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나의 행동에 돌아오는 그들의 반응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그때마다 나는 '내가 다르게 행동했으면 괜찮았을까? 내가 더 업무에 적응을 빨리하고 혼자서도 일처리를 할 수 있다면 그들이 나를 받아줄까?'와 같은 고민들을 하며 나 스스로를 더 몰아세웠다. 주말이 되면 토요일 저녁부터 출근하기가 싫어 가슴이 뛰고 잠을 잘 못 잤다. 그 당시는 '다들 이만큼은 출근하기 싫은 걸 꺼야..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만둬버리는 사람이 어딨어.'라는 생각이 당연했다.
2022년 현재, 어느덧 네 번째 직장을 다녀보니 아주 잘 알겠다. 그냥 출근하기 싫은 마음과 그때의 나의 상태는 많이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 '오늘 지각 달고 늦게 갈까..' 고민하는 것과 출근하기 이틀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 불안에 시달리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이와 비슷한 주제로 얼마 전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그 친구도 전 직장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고, 퇴근 후 집에 가면 다른 일상생활은 하지 못한 채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잠만 잤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우울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힘들 때 그 정도로 힘들었는지 몰랐던 친구에게 무척 미안했다.) 그러면서 친구는 덧붙여 이야기했다.
"나라는 사람이 변한 게 아니고 단지 내 주변의 상황과 사람들이 바뀐 건데
지금 나는 아주 즐겁게 일을 하고 있어."
친구의 그 말에 무척 공감이 되었다. 과거에 '내가 다르게 행동했으면 나를 괴롭히지 않았을까?'와 같은 나의 고민은 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이다. 내가 너무 힘든 상황일 때, 특히 관계 때문에 힘들 때는 내 탓이 아닐 확률이 크다.
혹시 직장에서 또는 어딘가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에서 힘들다면 버티지 말고 그 자리를 떠나보길 권한다.
그 상황을 벗어나 한 발자국 뒤에서 보면 더 명확히 보인다. 그때의 내가, 그때의 상황이 나를 탓하고 있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