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의 중요성
여러 군데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다양한 후배, 동료, 상사 만나 함께 근무하며 '나는 저런 사람이 싫어'라는 나름의 기준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중의 최고는 작년에 만난 한 공간에서 계속 같이 근무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 (앞으로 A라 칭하겠다.) A는 나보다 12살 정도 많은, 나와 같은 기간제 교사였다. 원래 살던 곳을 떠나 수도권에 살며 같은 고향 출신은 반갑다던 A는 점점 선을 넘고,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A와 있었던 많은 일화 중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원래 그곳은 한 학급을 두 명의 교사가 써야 하는 곳으로 교사 책상은 교실 안쪽 작은 공간에 하나, 교실 공간에 하나가 있었다. A는 내가 그 학교 면접에 합격해 인수인계를 받으러 갔을 때 "교실에 한 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수업을 할 때 서로 불편하고 같아요. 선생님 출근 전에 책상을 제 자리 옆으로 옮겨두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라고 물었고, 나는 A의 말에 동의해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라 대답했다.
출근 시간보다 40분 일찍 출근 한 나는 내 자리를 찾았고, A가 말한 대로 A의 책상 옆에 내 책상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기존 선생님이 쓰던 책상이 아니라 A의 책상 크기에 1/3 정도 크기밖에 안되는 보조 책상처럼 작은 책상이 내 책상이라고 놓여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 위엔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잡동사니들, 삐거덕거리는 의자, 서랍장엔 쓰레기가 가득했다. (나중에 학생들에게 들어보니 그 책상은 수업 중 학생이 떠들면 벌로 맨 앞에서 수업을 듣게끔 하기 위한 책상이라고 하더라) 그 당시 나는 '책상 자리로 기죽이려고 그러나?'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작디작은 책상이라도 꿋꿋하게 청소를 하고 그 자리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게 A에 대한 내 불쾌감의 시작이었다!
A는 목소리가 너무 크다. 목소리가 너무 커 내 왼쪽 귀가 아플 정도이고 말이 너무 많다. 전형적으로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 내 수업 시간에 A는 안쪽 방에서 큰 소리로 학생을 부른다. "현정!!!!!!! 박현정!!!!!!!! 이리 와봐! (나에게) 선생님, 죄송해요~ 현정이 좀 잠시만 데려갈게요" 그렇게 해 학생을 데려가놓고, 쩌렁쩌렁 소리치며 그 학생을 혼내기 시작한다. 그럼 도저히 수업을 계속할 수 없다. 학기 중 딱 한 번 이런 일이 있었으면 그러려니 넘어갔겠지만 반복되니 너무 화가 났다. 나를, 그리고 내 수업을 무시하는 행동 아닌가? 정말 싫다.
이런 일들 말고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제출한 서류를 제외하고 교무실에 제출해 불이익을 당한 일, 부장님께 말을 잘 못 전달해 나를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한 일, 내가 가르친 내용을 학생들에게 잘못 배웠다고 말한 일 등.. 이렇게 A를 향한 나의 분노는 점점 심해지고, 스트레스 폭발 지경이었지만 난 제대로 티를 내지도 A의 말에 반박을 하지도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A는 목소리가 크고, 무조건 자기 말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이었기에 내가 말을 해봤자 골치 아픈 논쟁만 벌어졌을 거라 예상되었기에 참았다. 참으면서 나는 그저 내가 그만 둘 날, 내 계약 종료일만을 기다렸다.
A는 본인과 싸우지 않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전에는 항상 싸움이 많았다고 한다) 계약 연장을 해 내년에도 함께 근무를 하자고 나를 조르기 시작했다.
'아니요. 저는 당신이 싫어요. 당신과 한 공간에 있으면 숨이 막히고 불편해요. 참을 수 없이 당신이 싫어요.'
속마음은 이랬지만 또 한 번, "아니요. 저는 다른 학교 알아볼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말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나의 태도에서 A를 향한 감정이 드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A는 눈치채지 못했다.
A는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아니다. 이런 사람이 나의 비언어적 표현을 읽었을 리 없었다.
결국 나는 듣지 않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었다.
청하지 않은 충고만을 내뱉는 사람, 상대방의 말보다 본인의 조언이 우선이 되는 사람,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 판단하여 그것이 옳다고 믿는 사람, 이것은 모두 경청하지 않는 사람의 태도이다. 듣는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을 토대로 한다. A는 이런 존중 따위는 없는 사람이었기에 그가 견딜 수 없이 싫었다.
듣기는 인간관계에서 중요하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잘 듣는 사람'이 되어 '잘 들어주는 사람'과 함께하길 바란다. 물론 나 또한 '잘 듣는 사람'이 되도록 애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