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랑스러워
내가 만났던, 만나고 있는 학생들 중 자폐 학생은 3명이다.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스펙트럼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 꼭 고래처럼요!
최근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나의 학생들도 천차만별이었다.
한 명은 혼자서 버스를 환승해서 갈아타고 등하교를 하고, 시간에 맞추어 특수학급에 와 수업을 받을 수 있고 거의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할 줄 아는 학생이었다. 다른 한 명은 등하교 지도가 필요했으며 반향어를 큰 목소리로 자주 하여 공공장소나 원반 수업 시간에도 옆에서 도움을 줘야 하는 학생,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은 중증 장애로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 않고, 모든 수업활동을 거부하며 자해행동이나 공격행동을 하는 학생이다.
이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 언제나 나는 중재자였다. 혼자 등하교를 하는 학생은 강박적으로 버스 기사님께 "이 버스는 OO에 가는 버스가 맞나요?" 물어본 뒤 대답을 듣고 나서야 버스에 오르는 습관이 있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기사님은 학생의 뒤통수를 때리며 "맨날 타는 버스 번호를 못 외워서 물어보고 타냐? 바보도 아니고."라고 했고 학생은 그날부터 버스 타기를 무서워해 등교거부를 했다. 그리고 나는 버스 회사와 학부모님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또 반향어가 심해 늘 큰 소리를 내는 학생 때문에 원반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민원이 들어와 학부모님과 상의 후 수업 시간을 조정해 특수학급 수업 시간을 늘렸고, 학생이 흥분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그리고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늘 학생 곁에 있어야 했다.
다 글로 쓰진 못하겠지만 이런 크고 작은 문제 상황들은 늘 벌어졌고 그때마다 나는 중재하고 대처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했다. 사실 중재하는 역할이나 학생의 갑작스러운 공격행동으로 인해 내가 맞는 경우 같은 건 별로 힘들지 않았다. 나에겐 어느 정도 익숙한 일이었고, 중증인 학생들도 만나봤었기 때문에-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아이들과 감정적인 교류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역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인 아빠가 레고를 발로 밟아 아파하는데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본인이 하고 있던 장난감 놀이를 그대로 하는 어린 영우의 모습 같은 것으로 예를 들어볼 수 있겠다.
내가 만났던 자폐 학생들은 '우리 선생님'이나 '우리 반'이라는 소속감을 거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향한 나의 마음과 애정이 그들에게 스며들지 않는 것 같은 답답함이 있었다. 스승의 날이라고 반 학생들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나 그림 선물 같은 것을 받는 다른 일반 교과 선생님들이 참 부러웠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을 졸업시켜야 했던 마지막 학기에 나는 아쉬움을 뚝뚝 흘리며 "세형아, 졸업하면 선생님 많이 보고 싶을 거 같지? 어때?"라고 물었고, 돌아오는 아이의 대답은 "아니요. 고등학교에 가면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보고 싶지 않을 것 같네요!"였다. 또 근무하던 학교를 떠나야 했을 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던 순간에 "요한아. 이제 선생님 마지막으로 보는 거야. 다른 선생님이 오실거야." 라고 말하는데도 요한이는 엄마 차에 타 핸드폰 게임만 할 뿐이었다. 요한이의 어머님만 머쓱하게 웃어 보이시며 "선생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라는 인사를 하셨다.
이런 모습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인 걸 알지만, 그럼에도 서운함과 허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많이 애썼고, 많이 아꼈는데도 마지막은 늘 쓸쓸했다. 지금 가르치고 있는 자폐 학생도 다르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
'그래도 늘 똑같이 변함없이 아이들을 아껴야지.'
오늘도 이렇게 생각하며 출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