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람 Aug 20. 2022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

러브레터-아이유

아이유-러브레터

골목길 머뭇하던 첫 안녕을 기억하오

그날의 끄덕임을 난 잊을 수 없다오

길가에 내린 새벽 그 고요를 기억하오

그날의 다섯시를 난 잊을 수 없다오

반듯하게 내린 기다란 속눈썹 아래

몹시도 사랑히 적어둔 글씨들에

이따금 불러주던 형편없는 휘파람에

그 모든 나의 자리에 나 머물러 있다오

아끼던 연필로 그어놓은 밑줄 아래

우리 둘 나란히 적어둔 이름들에

무심한 걱정으로 묶어주던 신발끈에

그 모든 나의 자리에 나 머물러 있다오

좋아하던 봄 노래와 내리는 눈송이에도

어디보다 그대 안에 나 머물러 있다오

나 머물러 있다오 그대 울지 마시오




 나는 아이유를 정말 좋아한다. 노래나 연기, 예능에 나오는 모습들 모두 좋지만 내가 그녀를 특별히 좋아하게 된 이유는 작사 때문이다. 그녀가 작사를 한 곡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TOP3는 <눈사람>, <겨울잠>, <러브레터>이다. 이 3곡 모두 감정이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감정이 굉장히 잘 드러난다. (부디 나의 이 부족한 표현력에도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분들이 있기를!)


 오늘은 '러브레터'라는 곡을 소개해 보고 싶다. 노래를 한 번 들은 후 천천히 가사를 읽어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담겨있어 드라마 한 편을 본듯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노래 속 연인 혹은 부부의 헤어짐은 자의에 의한 헤어짐은 아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 곡을 쓰고 난 후의 인터뷰 같은 것을 찾아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인해 먼저 떠나보낸 남은 이가 마지막으로 보내는 편지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혼자 남겨진 이가 나아가지 않고 '어디보다 그대 안에 머물러 있다면' 이 노래가 너무 슬프게 다가올 것 같아 나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나의 남편을 남겨두고 죽는다면 그가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으니까-)

 

 전에는 노래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노래 한 곡으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감동과 위로를 줄 수 있는 그녀가 정말 좋고 한편으로는 부럽다.


이 새벽 '러브레터'를 들으니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침실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살아가는 동안 '러브레터'에 담을 많은 머물 자리를 만들고 기억하며 살아야지. 모두들 사랑하는 인생이 되길!


  

 새벽에 글을 쓰면 글이 느끼해진다던데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조금만 참아주시고, 꼭 러브레터 들어봐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게으른 J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