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바람막이
이런 옷도 있냐며 피식했는데
작년 가을 세일할 때 싸게 사서
지금까지 어찌나 잘 써먹는지
영하 십 도 달리러 나가도
드센 바람 막아줘 도리어 땀이 나고
봄가을 쌀쌀하면 걸쳤다가
더우면 바로 벗고
무게도 깃털처럼 가벼워
입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곤
벗으면 아무렇게나 꼬깃꼬깃
조막만 해져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고
필요할 때 바로 꺼내 보면
구겨졌던 얼굴도 금세 아니란 듯 대충 펴지는
지금껏 내가 산 옷 중에서
최고로 만족스럽더란 말이지
‘난 네가 참 편하고 좋아’
파우치에 욱여넣었던 녀석을 꺼내서
툭툭 털며 한마디 던졌더니
녀석이 대답하네
‘난 정반댄걸’
저 필요할 때만 살갑게 부비고
볼일 다 보면 눈앞에서 치워 버리는
이게 맞나 싶댄다
---- 2024-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