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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빛 May 14. 2024

바람막이


말로만 듣던 바람막이

이런 옷도 있냐며 피식했는데

작년 가을 세일할 때 싸게 사서

지금까지 어찌나 잘 써먹는지


영하 십 도 달리러 나가도

드센 바람 막아줘 도리어 땀이 나고

봄가을 쌀쌀하면 걸쳤다가

더우면 바로 벗고


무게도 깃털처럼 가벼워

입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곤

벗으면 아무렇게나 꼬깃꼬깃

조막만 해져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고


필요할 때 바로 꺼내 보면

구겨졌던 얼굴도 금세 아니란 듯 대충 펴지는

지금껏 내가 산 옷 중에서

최고로 만족스럽더란 말이지


‘난 네가 참 편하고 좋아’

파우치에 욱여넣었던 녀석을 꺼내서

툭툭 털며 한마디 던졌더니

녀석이 대답하네


‘난 정반댄걸’

저 필요할 때만 살갑게 부비고

볼일 다 보면 눈앞에서 치워 버리는

이게 맞나 싶댄다


---- 2024-05-10



사진: UnsplashDavid Dvořáč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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