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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석빈 Jul 30. 2024

TO THE FAR EAST IN ASIA (EP08)

Un chico Oriental

1867년 9월. 카리브해의 파도가 높게 일렁인다.  

이 검은색 황당선(荒唐船) 을 날 또 어디로 데려가는지 내 운명을  나 자신도 모르겠다. 단지  총독저택에서 날 괴롭히던 쿠바인 집사의 손찌검을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


 길었던  눈을 감으면 예전에 살던 고향이 꿈에 그려진다.


  내가 조선을 떠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내가 살던 곳은 진주내동(內洞)이었다.   예로부터 살기 좋아 원당(元堂)이라 불렀고  고을 주변으로 흐르는 덕천강(德川江) 주변에 동무들과 멱을 감던 그 기억이 아련하다.


  그때 내가 아버지 바지 자락을  잡았으면  우리 가족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아버지는 한지를 만들던  잔반(殘飯) 출신 제지공이었다.  항상 닥종이를 잘라  물에 담그던 아버지의 손길은 잊을 수가 없었다.

"아부지! 나도 아부지처럼 종이 만드는 사람 될라요."

""에이 이놈아.. 우리 진(陳) 가문은 고려 때부터 양반 집안이었어. 아부지는 이렇게 닥나무나 고 있지만, 덕신이 너는 영국말이나 아라사(俄羅斯) 말이나 배워서 역관 시험 한번 봐봐. 아마 세상이 달라질 겨. 어른들 말씀이 맞다."


  방구들에 온기하나 없는 이불자리였지만  낮에 동무들과 얼어붙은 강 주변을 지치도록 뛰어다녀 눕자마자 잠이 스스로  왔다.

   

  그해 진주는 유난히도 매서운 추위에 휩싸였다. 눈은 끝없이 내렸고, 바람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이 혹독한 겨울은 한지를 만들어 풀칠하던 아버지에게 있어 농사꾼이 아닌 이상  여름보다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나와 여동생의 자는 모습을 보며 수심에 싸여 서로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진주 관아의 아전들은 한겨울이어서 피죽 한 그릇 먹기 힘든 아버지에게 한지의 할당량을  과하게 책정하여  아버지는 쥐구멍의 생쥐처럼 오도 가도  못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 낮에 새끼아전 한놈이 와서  이번 정월  십칠일까지  잔치가 있다고 고운 창호지 5장을 달라고 난리를 났더라고"

" 문턱에 바람막이도 안 했으면서, 맨날 창호지 타령이여, 참"

"요새 어린 관기들이 새로 왔다더니만, 관리 놈들 아랫것이 벌렁벌렁거린다카더라." 

"덕신이 아부지! 남자들 아랫도리랑 창호지랑 무신 상관이 있던가?"

"부인은 뭐가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가잉? 지금 전라도 일대에 양반 놈들이 사람 놈들인가? 닥치는 대로 다 뺏어가제. 뺏고 뺏고도 없으면 딸아이 같은 애들까지 데려가서 지들 노리개로 만드제. 천벌 받을 놈들."

   

 아버지는 곰방대에 담배를 담아 화로에 가서 불을 담아 피워 물고는 다시 앉았던 자리에 와서 앉아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아따, 전번에 내곡리  유계춘나리한테 팔기로 했던 창호지가 어디 있당가?"

"그거 나리께서 꼭 써야 한다고 신신당부해 놨다 아니여? 농에 있당께."

"나리!!  빌어먹을 나리! 전번에 수곡장에서 작당모의하다가 관아에서 잡아갔다면서. 지금 관아에서 눈 시뻘겋게 하고 지켜보고 있당께. 어제도 집안 제사라고  겨우 풀려났다드만, 그 사람 나리도 아니여. 종이 가져간 것도 돈도 못 받았구만."

"석장만 빼서 진주목 새끼 아전한테 갖다주고, 내가 쌀이라도 한 줌 받아오제. 혹시 아나, 전쪼가리도 받아올지 모르제."

""그만 불 끄세. 피죽도 제대로 못 먹어서 앉아 있을 힘도 없네 그려."


밖은 매서운 추위와  고요하고도 긴장감이 감도는 밤이 되었다. 진주성의 성벽 너머로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고, 달빛은 희미하게 성벽을 비추고 있었다. 늑대도 추운 듯  구슬프게 산세가 흔들리듯 우는 소리만 들린다.


9부에서 계속



솔직히 AI 이미지 삽입을 엄청 좋아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 ai는  조선에 대한 이미지 창출이 그리  AI 사정상  이상하게 나옵니다. 중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 배경이 오즈의 마법사처럼 나오더군요.

솔직히 구글 GEMINI가  정적인 그림이 잘 나왔는데 정책상 이미지AI는 막았는지 서비스가 안되더라구요.

혹여 아시는 AI 이미지 크레이터 있으시면 의견 댓글 부탁드립니다 . 조선파트부문은 이미지 없이 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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