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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석빈 Aug 09. 2024

TO THE FAR EAST IN ASIA (EP10)

carne de conejo

 진주성이 보이는 언덕에서 어느덧 날씨는 잠시 해를 비추듯 하다 곧 다시 흐려졌다. 진주성을 에둘러 싼 강은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었다.  추운 엄동설한이 오는 사이  아버지는 나를  한 객주로 이끌었다


 아버지는 몇 번 낯이 익은 듯

" 주모. 주모. ~"

 “아이고, 덕신이 아버지 왔네. 난 이 난리에 들개들 밥이 된 줄 알았데이.”

" 이놈의 여편네" 라면서 아버지는 툭 내뱉는다

" 잔말 말고 뜨거운 물 좀 한 바가지 좀 얻어먹고 가세"

 

 이 추위와 기아에  술과 사람들로 들썩이던 주막도 휑하니  구멍 뚫린 문지방만  바람에 흔들린다. 부뚜막에는 주모가 아궁이에 장작을 때우는 소리만 쩍쩍 나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콧등으로 된장냄새가 솔솥 타고 온다. 이 쓰러져가는 주막에는 우리밖에 없는 데 누구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가. 배고픈 마음에 난 냄새만 맡아도 온갖 공상이 떠올랐다


 잠시 주모는 멀건 국물레기를 넣어서 만든 국밥 두 그릇을  갖고 나왔다.

" 뜨거운 물이나 한 사발 달랬더니  죽까지 같고 나왔소. 줄 돈도 없구먼"

" 덕신아범. 아이까지 데려와서  아무것도 안 먹일 거이에요" 돈은 안 받을 테니 한지나 좀 주소"

"주고 싶은데 줄게 없데이"

"“그라믄 저 지게 위에 있는 거는 한지가 아니고 뭐꼬"


아버지는 한숨을 쉬면서

" 진주목  관아에 무슨 잔치가 있는가 보네"

" 백성들은 굶어서 들개들한테 잡여 먹힐까 봐 집에서도 나오지는 못하는데"

"양반 놈들은 이 엄동설한에 아랫도리는 멀쩡한가 봐. 오입 못해서  안달이 난 것 같으니"


주모는 손가락으로 아버지 입을 세로로 막는다

" 덕신이 아부지. 입조심하이소"

"요새 진주목에서 유계춘이라는 작자 때문에 향군들을 동네 비렁뱅이까지 모아서 데리고 다니는데, 저기 윗목에서 비렁뱅이 하던 놈은 감투 쓴 마냥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은 다 잡아패고 다니는 것 같네.” 

"포졸 놈들은 그냥 얼씨구나 하면서 쳐다만 보고 있지. 말도 말아 그나마 남아있던 병아리 새끼까지 다 잡아다 지네들 입구녕 넣기도 바빠. 빌어먹을 놈들"


 아버지는  손으로  장작을 가리키며 " 주모. 나 저걸로 탁주 한배기에 약병 아리 하나 삶아 주이소"

" 아부지. 어무이가 술 마시지 말라고 신신당부 안 했심더. 왜 그라십니꺼, 아부지?”

주모는   웃음을 지으며

" 아들이 아버지 위하는 마음이 효자여 효자"

"약병 어리는커녕 앞마당에 얼어 죽은 참새도 없데이.”

" 덕신아. 이 엄동설한에 이 난리 때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라. 시방 먹고 한 시간 있다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시상이다, 지금 시상이다.” 


약간 주모이기에는 어울리지 않은 외모를 가진 그녀는  능청맞게 " 아이코, 서방 자식 하나도 없는 청상과부는 눈꼴셔서 못 보겠네. 참말로"


주모는 툭툭 털며 일어나며 "  기다려보소, 며칠 전에 포수들이 술값이라고 던져놓고 간 토끼 한 마리 있을 끼다.” “덕신이는 저기 뒷간에 걸려있는 솥 좀 가져와라.”  


11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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