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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석빈 Aug 21. 2024

TO THE FAR EAST IN ASIA (EP12)

dátil seco

  진주목(晉州牧)은 낙동강의 지류인 남강을 끼고 있는 자연 적인 요새였다. 강을 끼고 동쪽, 남쪽, 서쪽이 자연적으로 방어에 유리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진주성 내부에는  진주목 관아가 한겨울에는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진주목 내부에는 모든 관비들이  얇은 옷차림에 추위에 떨고 있었다. 


미시(未時)가 갖넘은 시간 대라  관노(官奴)들은  이리저리 청소와 정리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큰 잔치라 먹을  것이 떨어질 줄 알았으나 생각 외로 매우 차분한 분위기가 진주목  관아(官衙)를  둘러쌌다.


" 아부지 오늘 잔치 아니라예? 이 엄동설한에 무신 잔치고. 잔말 말고 따라오라. 토끼고기 묵었으면 됐지. 와 그리 식탐이 많노. 이놈아"


어느덧 조방(造房)에 도착하니 관비 2-3명이 조그만 다과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얼굴은 불개지고 얼어붙은 손은  호호 불며 일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전과 고기는 없었고 약과와 정과(正果)들만 다과상 주변에 준비되어 있었다

" 이방 나리 찾으러 왔다 아입니꺼"

관비(官婢)들은 들은 체 만 체 관심 없이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 민란 때 붙잡혀온 양반집 여식이나  양반집 사노비였을 것이다. 아직 현재 자신에 대한 처지를 스스로 이해를 못 하고 있을 것이다.


" 덕신 아범 왔능교?"

이방은  부엌 아궁이 깊숙한 곳에서 곶감을 질겅질겅 씻으면서   관비들 일하는 곳으로  걸어 나온다.


"자네 공납 바치라 한지가 얼마나 밀린 줄 아나? 내가 자네 땜에 진주목에서 얼굴 못 들고 다니겠다 아이가. 자네 한지 만든다고 해서 내가 향군(鄕軍)도 빼주고 뒤를 봐줬는데, 자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기라.""


나리. 이 엄동설한에 장작 한다고 나무란 나무는 다 베어버렸는데, 죽 끊여먹을 나무껍질도 없는데 닥나무 껍질을 어디서 구한단 말입니꺼?"


이방 얼굴이  붉게 타오른다

"뭐꼬. 향군 끌려가서 총알받이 될 놈을 내가 종이 좀 만든다고 뒤로 빼줬는데, 지금 와서 뭐 어쩐다꼬. 아들 앞에서 곤장으로 죽도록 패고, 니 아들내미 관노로 만들어서 여기서 똥지게나 지게 할까?"

"똥지게... 지게 같은 소리 집어치라! 내가 창호지 한양으로 공납 갈 거 이방나리 오입질에 다 갖다 바쳤는데, 이거 다 관아에 고할 기다!"

  

이방은 광분(狂奔)하여 옆에 있던 불쏘시개를 덕신아범에 집어던졌다. 피하지도 않던 아버지 옆에서 나는 숨죽인 체 지게 옆에 서 있었다


  그 순간 나이 든 문지기가  지나가면서 헐레벌떡 이곳으로 뛰어온다..  "덕신아범, 자네 미쳤나? 어디 안전이라고 이방 나리한테 대드노?" 아버지는  추운 날씨에 땀만 눈물반 콧물이 얼굴에 범벅이  가쁜 숨을 쉬면서  씩씩거리고 있다.


  나도 그냥 눈물을 글썽거린 체  아버지 손만 붙잡고 있었다. 그때 나이 든  문지기는 이방한테 조아린다.

"이방 나리, 요즘 덕신 아비가 먹을 게 없어 이상한 걸 죽 쒀서 먹었나 보오. 한 번만 봐주소. 솔직히 덕신 아범 아니었으면 우리 군졸들 문지방에 붙일 한지랑 이방 나리 관기들하고 재미볼 때 그 창호지들은 어디서 났소? 한 번만 봐 주이소. 덕신 아범 얼굴 보소. 누렇게 떠잖소."


이방은  분이 안풀려지 앞에 있던 광주리를 발로 걷어찬다. 주변에 있는 관비들은 흠칫 놀라 웅성 웅성 거린다. 

"이놈의 진가야. 내가 다음에 향병 소집하러 갈 때 네놈부터 데려갈 거다 아이가. 응, 알겄나? 언제 총알받이 돼서 이승의 객이 될지 모르니까. 후회하지 말어"

"아, 아침부터 화심이라는 기생년 때문에 사또한테 혼쭐 났구먼. 이 버러지 같은 것 때문에 하루가 다 잡쳐버렸네."

 

그러더니 불쏘시개로 아버지 등짝을 세게 한번 내리치더니 먹고 있던 곶감을 마저 입에 넣으며  지게에 있는 창호지를 잡아채가며  진주성 관아 쪽으로  발길을 돌리며 사라져 갔다. 아버지는  오금(膝)이 풀리는지 자리에 풀썩 앉아버렸다.


아버지 등짝은 땀 그리고 핏덩이 눈이 엉켜  입고 온 옷이  누더기가 되었다.  문지기는 아버지를 부축하며

"자네 미쳤나? 겨울만 나면 봄 오고 부채 만드는 철 오면 끼니도 거르지 않을 텐데, 왜 밴댕이 속알딱지 만한 이방한테 찍혀서 뭐 좋을 게 있겠나?"

"나도 모르겠다 아이가. 그냥 울화통이 확 터져버려서 못 참았던기라."  " 아버지 괜찮소. 아까 먹은 탁주가 아직 안깻소"

  이 난리 속에 시간은 시간은 어느덧 신시(申時)가 넘어가고  해를 먹은 먹구름 무리에서 싸라기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13화에서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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