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라는 감정에 집중해 본다. 우리는 좋아하는 게 많다고 해도 생각보다 '좋은 기분'을 일상에서 자주 느끼지는 못한다. 언젠가부터 내 하루의 목표는 '오늘도 즐겁게'가 아닌 '오늘은 무사히'가 된 지 오래다. 나를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행위에 집중해 보자는 의미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마라탕 0.5단계
10. 혼자 외식하면서 맛을 음미하는 것을 좋아한다.
'끼니를 때운다.' 였던 혼밥을 최근 '스스로에게 대접한다.'는 관점으로 바꿨다. 완벽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로 사는 사람이라 타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언제나 박하게 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기 연민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치여 '나를 예뻐해 주고 잘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있대도 내가 예뻐해야 할 상대 1순위가 사실은'나'여야 하는 게 맞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바꿔 먹으니 편의점이나 햄버거였던 혼밥의 음식 퀄리티가 바뀌었다.
또일할 때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인데, 일을 분리한 내가 원하는 삶의 리듬은 꽤 느린 편이다. 같은 음악이면 조금 더 느린 버전이 귀에 오롯이 들리고 마음이 평안하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먹는 편이었는데 대학생활, 회사생활이라는 몇 단계를 거치니 굉장히 속도가 빨라졌다. 혼자 먹으니 누구와 대화하거나 나눠먹지 않으니 맛을 음미하는 자극과 속도도 확연히 달라졌다. 동료들 속도에 맞춰서 허겁지겁 입에 넣고 다 씹지도 못한 채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회사 점심과는 달리 천천히 원래 먹던 속도로 느릿하게 먹는다. 재료 하나하나를 느끼면서 먹고, 밥이 달게 느껴질 때까지 씹고, 고기의 고소한 육즙을 마지막까지 즐기면서 천천히 먹다 보면 어느새 상체를 좌우로 흔들거리며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이야 당연히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겁지만, 이렇게 혼자 스스로 음식을 대접하고 맛을 음미하는 여유를 충분히 즐기고 나면 정말로 흡족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