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고 막내입니다.
[중고막내? 그게 뭐에요?]
안녕하세요. 중고막내입니다
‘중고 막내’
뭐랄까, 낡은 느낌. 신입인데 나이가 좀 있는 사람? 혹은 ‘중고 신입’과 비슷한 뜻?
혹자는 와닿지 않는데 무슨 말이냐고 하겠다. 흔히 쓰이는 말 중에 ‘중고 신입’이란 말이 있다. 일단 중고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이미 사용하였거나 오래됨. 좀 오래되거나 낡은 물건.’
뜻에서 알 수 있듯 실무경험이 있지만 다시 신입으로 입사하는 사람을 중고 신입이라 부른다. 통상 근무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신입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그렇다. 간혹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해보았지만 새로운 업종에 발을 담그는 경우에도 사용한다. ‘중고 막내’는 ‘중고 신입’처럼 사회가 만들어 낸 말은 아니고, 내가 종종 사용하는 말이다. 직장에서의 내 위치를 ‘중고 막내’만큼 알맞게 설명하는 말도 없기 때문이다.
‘막내이긴 한데, 오래된 막내
신입으로 들어와 몇 년이 지나도록 나이와 경력이 가장 얼마 되지 않은 사람. 바로 나다. 그러니까 나름의 정의를 해보자면, ‘좀 오랜 시간 동안 막내인 사람’ 정도다. 나는 만 3년이 된 시점까지 직장의 막내로 살아가고 있다. 입사한 이래 신입이 들어온 적은 없다. 가끔 인턴이 들어왔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떠났다. 나이도 경력도 제일 말단인 나는 예리한 리더 아래, 경력 10년을 자랑하는 베테랑 선배들과 일하고 있다.
가끔 대화하다 보면,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 대화할 때면 일터에 관한 주제가 꼭 나온다.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같이 일하는 동료는 어떤지, 근무한 지는 얼마나 됐는지와 같은 것들이 보통 이야깃거리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으로 3년 정도 되었다고 답하면 보통 “오 꽤 됐네?”라는 반응이다. 이따금 “그 정도 일했으면 밑에 후임 좀 있겠네요?”라고 질문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직 막내라 말하는 게 멋쩍어 ‘막내이긴 한데 중고에요.’와 같이 답한다.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땐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아직 막내라고 말하면 갸우뚱하는 상대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럴 때는 그냥 “저희는 상근자 수가 별로 없어서….”와 같은 대답으로 에둘러서 말했다. 아직 막내인 이유가 나한테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위치가 싫은 것도 아니니 굳이 불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엔 그냥 ‘중고 막내’라고 말하는 게 편하다.
아무튼 ‘중고 막내’에 대한 설명은 이쯤 하면 이해될 것 같다.
자신을 ‘중고 막내’라고 부르기 시작한 때부터, 문득 내가 선배들과 함께 일하면서 아직도 ‘진짜 막내’로만 살아가는 건 아닌가에 대한 생각이 들곤 했다. 이 공간에서 할당량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 아직도 어리숙하고 좁은 마음을 가지고 일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내 연차와 비슷한 사람의 능력에 대한 궁금증, 그로부터 오는 불안감의 굴레. 때때로 깊숙이 파고들어 침체되기도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내가 무얼 했는가에 대한 묵상에서 글은 시작됐다.
무얼 했는가에 대해 나열해보면 그 과정에서 이룬 것이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 명확히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을 틈틈이 적어둔 일지의 텍스트, 굳이 적어두지 않아도 뇌리에 박혀 버린 기억, 인상 깊은 사람들의 말과 표정이 그 답을 찾아줄 퍼즐 조각처럼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답을 찾길 바랐다. 나는 듣도 보도 못한 직업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 글을 가볍게, 생각 많은 사회초년생의 근무 일지 정도로 봐주어도 좋겠다.
혹시라도 글을 읽게 되는 사람들 가운데 비슷한 고민의 굴레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티끌만큼의 작은 위로나 피식거림, 하다못해 ‘나만 그런 건 아니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는 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