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날이 다가올수록 눈물이 흘렀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어느 포인트에 눈물이 나는지 나조차도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의 모습에 눈물이 울컥 나왔다가 설거지를 하다가도 나왔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했다. 실감이 나지 않았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다가도 날짜가 지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았다. 일하는 동안에는 아무렇지 않게 일하고 고객들과도 즐겁게 지냈다. 문뜩 일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쪼그라들고 찌릿찌릿 져렸다.
입원전날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세면도구부터 슬리퍼 노트북 읽을 책 끄적일 노트 그리고 충전기들을 챙기다 보니 꼭 여행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갈 때도 비슷한 준비물들을 가방에 넣고선 혹시나 하나라도 빠뜨릴까 걱정을 하며 생각을 돼 내고 확인하곤 했었는데.
이번여행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 되겠다. 2주간의 여정이 될 것 같고, 남이 해주는 밥 먹으며 편안하게 쉬다 오는 거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가까운 친구들 가족들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따뜻한 밥 한 끼 사주겠다고 오고, 어떤 음식이 좋다며 챙겨다 주기도 하고 돈을 보내주기도 했다. 무언가를 받아서가 아니라 이런 감사함과 그 마음들을 받아도 되는 존재인가를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다. 날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고 걱정하고 염려해 주는 마음들이 온전하게 전해졌다.
입원을 했다.
5인실 통합간호병동을 신청했다. 남편은 아이들을 케어해야 하기에 내가 선택했다. 아이들은 방학이고 직장출근 후 아이들 돌보는 일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일단 내 걱정부터 하기로 했다 빨리 수술받고 빨리 회복하는 게 모두에게 최선이니까.
입원수속을 밟고 병실에 올라왔다. 커다란 창가가 있는 끝자리라 넓어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넓은 주차장이 보이고 햇볕도 들어오고, 밤엔 하늘도 볼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 지낼 시간들이 좀 덜 불편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유방외과에 가서 내일 수술받을 내용을 듣고 동의서에 체크했다. 다정한 교수님은 여러 가지 질문에도 다 대답해 주신다. 다음은 성형재건과에 가서 수술부위 사진을 수십 장 찍고 동의서를 작성하고 가슴에 그림을 그리셨다. 성형재건 교수님은 유쾌하다. 심각하지 않게 이야기해 주시니 듣는 입장에서 마음이 좀 편하달까? 상의 탈의 상태로도 자유롭게 이야기가 가능해졌다. 원래는 성형재건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교수님은 일단 나이가 젊은 환자이고 상피내암으로 0기 암이지만 유방전체에 넓게 퍼져있어 하길 권하셨다. 잘 모를 땐 잘 아는 사람 말을 듣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수술 전이라 수액도 안 맞고 양손이 자유롭다.
식판도 씩씩하게 밖에 내다 둔다. 같은 병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묻는다. 젊은 사람이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고.
"유방암이요, 내일 수술이라 오늘 입원했어요." 대답한다.
유방암은 많이 안 아파하더라며 위로해 주신다. 다들 항암을 하거나 수술하고 난 분들인 것 같다.
식사시간이 되니 집에서 싸 온 반찬을 나눠주신다. 마늘장아찌와 오이무침이다. 감사히 받아 맛있게 먹었다.
혼자 있는 1인실은 외로울 것 같다. 보호자 상주도 안되는데 말동무들이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는데 와보니 잘한 선택 같다.
아주머니들은 레드향이 맛있다 천혜향이 맛있다 하며 이야기를 이어가신다. 커튼너머로 들리는 이야기들이 일상적이고 편안하다. 잠잘 시간이 다가오면 이야기 덜 하셔야 할 텐데.
내일 아침 이른 수술이라 어쩌면 다행이다. 잘 되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내일은 아파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일단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자. 좀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