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그런 날이 있었다.
한없이 가라앉고 가라앉아 깊숙이 내가 사라져 버린 날
내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끝을 내어 보여주고야 만 날.
늘 갈구하는 모습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모습
바라기만하고 바라보기만 하다 못내 지쳐버린
내 모습이 몸서리치게도 싫었던 그런 날
그런 날이 있었다.
누군가로 인해 인정받고서야 완전해질 수 있다고 믿었던 나는
나 자신 내 마음하나 돌보지 못하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무엇을 하겠다고
가슴 아픈 말을 쏟아내어 버렸는지
작고 작은 모래알처럼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그런 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