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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었다.

미안해

by Helen Teller

그런 날이 있었다.

한없이 가라앉고 가라앉아 깊숙이 내가 사라져 버린 날

내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끝을 내어 보여주고야 만 날.


늘 갈구하는 모습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모습

바라기만하고 바라보기만 하다 못내 지쳐버린

내 모습이 몸서리치게도 싫었던 그런 날

그런 날이 있었다.


누군가로 인해 인정받고서야 완전해질 수 있다고 믿었던 나는

나 자신 내 마음하나 돌보지 못하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무엇을 하겠다고

가슴 아픈 말을 쏟아내어 버렸는지

작고 작은 모래알처럼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그런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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