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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class Oct 07. 2024

효율성을 위해서 비효율적으로 산다는 모순.

25일

겨울에서 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시점이면 우리 집에 항상 찾아오는 고민이 있습니다.


밤에 너무 더워서 잠을 못 잔다.

밤에 너무 추워서 잠을 못 잔다.


부모님과 함께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아무래도 그런 사소함에서 오는 일상의 문제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잠을 못 자서 표정이 퉁명스럽고, 그러다 보니 작은 문제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티가 사라지지 않고, 덩달아 저 또한 기분 좋게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만, 어딘가 가시 돋은 말을 들으면 표정이 굳어지게 되지요.


그와 함께 이어지는 고민이 있습니다.

닭이 알을 놓지 못한다. 닭을 사야 하나? 지금 있는 닭은 어떻게 하지? 닭은 온 시점이 다르면 텃세를 부리던데, 그럼 닭장을 새롭게 지어야 하나?


그런 고민이 이어지게 됩니다.


공장 일이 우선이고,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안정권에 머물게 하고 싶은 제 관점에서는 모두 헛된 고민이라고 생각되지만, 부모님의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닭에 대한 고민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보름동안 이어지기도 합니다.


고민만 하는데서 끝나면 모르지만, 고민 속에서 나오는 이러면 좋을까? 저러면 좋을까? 에 대한 호기심은 모두 제가 풀어야 할 문제가 되곤 하지요.


가끔은 이럴 거면 자식이 아니라 잡일을 전담으로 하는 사람을 하나 사라는 말이 목구녕까지 올라오지만, 차마 그런 말을 소리로 뱉어내지는 못합니다.


닭을 키우면 집에서 직접 계란을 구할 수 있으니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날이 너무 더우면, 날이 너무 추우면 계란이 만들어지는 금액보다 사료값이 더 비싸게 들어가곤 합니다. 그뿐인가요? 해마다 닭장을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고를 반복하면서 나무도 사야 하고, 노동력도 투자해야 합니다.

공장이 잘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한정된 시간을 활용해서 닭님께서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다가 보면 기계 정비는 뒷일이 되곤 합니다.


가끔은 닭 아래 제가 존재한다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구형 닭장을 부수면서 허름한 나무조각 어디선가 기어가는 벌레를 보면서, 닭님께서 오르고, 내릴 장애물을 만들기 위해서 닭장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발바닥에 붙어 있는 닭의 배설물을 보면서, 자연을 다스리라는 성경의 한 구절은 다스리기 위해서 그것이 존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내가 잘 섬기는 게 우선이라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도 부모님께서는 닭장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합니다.

어떻게 닭장을 만드는지, 닭의 배설물을 잘 치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여러 기술을 동원해서 모양을 구현하려 하지만, 본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은 항상 무의미한 무엇이라 치부되고, 결국은 작년에 만들었다가 지난봄 어느 날 철거된 닭장의 모습을 또 만들게 됩니다.


아마, 이번 가을에 만드는 닭장도 그렇게 내년 봄에는 또 다른 닭이 들어오고, 또 철거되어 아궁이에 들어가게 되겠지요.


왜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살아가는가, 라며 자문하다가 보면 결국은 부모님으로 인해서 해야 하는 모든 행위에 좋지 않은 감정만 쌓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아와서 더 좋아진 게 잘 없는데, 같은 프로세스를 계속 반복하면서도 편해지는 게 없는데, 왜 반복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변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변하지 못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며 거래처를 가야 한다는 이유로 집을 나왔지요.


답답한 마음에 음악을 즐기며 습관적으로 운전을 하다가 보니 오늘도 무의식 중에 둘러가지만 편한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깨닫게 되었지요. 조금 둘러가도, 조금 불편하고 비효율적이어도, 바뀌는 건 쉽지 않고 때문에 우리는 편안하지만 불편한 길을 선택하게 되는구나.


누군가는 그걸 모순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그걸 인간적이라고 말하곤 하지요.


하긴. 그런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편한 것을 추구하지만, 너무 많은 게 바뀌면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게 되지요.


코로나가 막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실시하던 모든 수업이 온라인에서 진행되었지요.

급히 교사와 학생이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교육자료를 만들었지요. 어떻게 링크 주소를 만들고, 어떻게 공유하고,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등등을 말이에요.


젊은 선생님들에게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모니터보다는 종이가, 키보다 보다는 연필이 편한 선배 교사들에게는 결코 그게 쉬운 게 아니었지요.


까마득한 선배 선생님이 교직 인생에서 가장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며 눈물 흘리시던 모습까지 봤었으니까요.


쉽지 않았지요. 과거부터 해 왔던 것의 방법론을 뿌리부터 바꾼다는 것은 말이에요.


당시에도 그랬거든요. 오프라인에서 실시하던 교육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졌지만, 과거부터 오랜 시간 해 왔던 방법을 바꾸는 건 쉽지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온라인에서 실시하는 교육이지만, 온전한 온라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온전한 오프라인도 아닌 어벌쩡한 형태의 수업이 진행되었지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갖는 강점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했지만, 대부분이 일단 지금의 위기를 모면하고, 가능하면 내가 해 왔던 방식을 고수하기에 바쁘다 보니 서로 다른 두 성향에서 강점과 강점을 선별해서 시행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지요.


선생님, 이번 신입생들 이상해요.

이번에 새로 들어오신 선생님들 특이하던데요?


학기 초가 되면 학생들에게, 교사들에게 꼭 듣는 말이었어요. 이유는 모두 비슷해요.

나는 그러지 않았는데 그들은 그렇게 하더라. 우리가 해 오던 규칙에 맞춰서 그들이 행동하지 않더라.


기존에 있었던 사람들이 고수하던 규칙을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이 지키지 않기에 하는 말이었어요. 생각해 보면, 우리 조직에 이제 들어왔으면서 왜 우리 규칙을 따르지 않는 거야?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불만이지요.

그런데, 그들의 입장에서 봐도 똑같아요.

왜 이 조직은 이렇게 하는 거지? 이게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이게 더 편한 거 아닌가? 이게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관점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대응하기 때문에 그런 갈등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요?


부모님과 일을 하면서, 자주 그런 생각을 해요.

어떤 사람과 일 하는 게 좋은 걸까?

어떤 일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하는 걸까?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을 했지요.

자신의 속도를 타인에게 맞춰주는 사람 말이지요.


왜, 유느님은 예능을 하면서 상대방의 속도에 맞춰주기 위해서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몸 관리를 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상대가 내게 맞춰주기를 바라기보다는, 내가 능력이 뛰어나서 그의 속도에 맞춰주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렇게 상대의 속도에 맞춰주는 사람과 일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생각해 보니, 제가 맞춰주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 같더라고요. 제 능력이 뛰어나서, 제가 상대의 속도에 맞춰준다면, 꼭 상대가 내게 맞추기를 강요하기보다는 내가 맞추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모순이군요.

불편을 개선하려 고민하지만, 반복된 불편을 마주하는 부모님이 모순된다 생각했었는데, 상대의 속도를 맞추지는 못하면서 상대가 내게 맞추기를 바라는 것 또한 모순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인간은 모순덩어리예요. 누군가는 그걸 인간적이라고 말하지요.

타인에게는 논리성을 요구하면서 나의 비논리에는 관대한 것도 모순이군요.


조금은 넓은 마음과 관점으로 살아야겠어요.

저도 완벽한 건 아니니까요.

오늘도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하나 배우고 가는군요. 틈. 뭔지는 모르지만 브런치에 “틈”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자꾸 알람이 오던데, 어쩌면 글쓰기라는 활동은 스스로의 틈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무엇이 들어 있는지 더 유심히 살펴보는 자기 성장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군요. 오늘도 저는 글을 쓰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 배우고 밤을 맞이하게 되니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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