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아도 꼭 돌아오는 그날.
1년에 한 번 있는 그날
난 내 생일이 너무 싫었다
늘 바쁘고 그리 다정하지 못했던 엄마, 아빠 밑에서 자란 나는 우리 어린 시절에 흔했던 생일파티 한 번을 못해봤다.
늘 친구 생일 파티에 가서 축하만 해주는 들러리였을 뿐.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달라질 줄 알았던 나의 생일은 마치 저주에 걸린 것 마냥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친구들끼리 돌아가면서 선물을 해주다가 꼭 내 생일이 돌아올 시점에 친구들끼리 분란이 일어나서 생일을 못 챙겨 받는다던지, 친구들끼리 내 생일로 인해 의견충돌이 나서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던지.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정말 내 생일 신경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왜 이렇게 남 생일은 잘 챙겼는지
내가 100을 주면 늘 돌아오는 건 10
친구 무리도 점점 없어져서 기억에 남은 생일파티는 손에 꼽을 지경.
이렇게 생일의 기억이 안 좋아지니까 자연스레
생일이 무의미 해졌을 뿐 만 아니라 아예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을 싫어하게 됐다.
1년 중 제일 우울한 달이 되어버렸다.
태어난 걸 축하받아야 하는 날이 누군가에겐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우울해지는 힘든 날이 될 수도 있다.
그날은 마치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는 기분이다.
그날은 나의 1년을 평가받는 기분이다.
왜 축하를 받는다는 건 인간관계와 직결되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은 모르겠지
태어난 걸 축하받아야 하는 날이
누군가에겐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날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