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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나는 연예인이다

by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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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브런치스토리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연예인과 닮아 있다고. 우리가 발행하는 글은 마치 무대 위의 공연 같고, 독자들은 그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 같으니까 말이다.



물론 화려한 조명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느끼는 무게감과 긴장감은 그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평가받는다는 것은, 나라는 사람의 일부가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나는 이 모든 과정에서 글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져왔다. 이것은 내 삶의 기본 모토이기도 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주인의식조차도 때로는 자신을 지치게 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에서 한 연예인의 이야기를 보았다. 그녀는 재벌가와 결혼한 뒤 더 이상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재벌가 며느리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내려와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한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든,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든, 어떤 이유로 그 선택을 내렸는지는 그녀만이 알뿐이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을 위해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그녀의 선택이 부러우면서, 나 역시 내가 만든 무대에서 멀어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물론, 나는 "재벌가의 며느리"라는 타이틀보다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



그래서 말이다. 애정하는 브런치스토리에 조금씩 글 발행 횟수를 줄이고 있다. 이런 결심을 하고 나자, 문득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동안은 독자들의 반응을 의식하며 글을 써왔지만, 이번에는 온전히 나를 위해,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잊지 않기 위해 「여행, 쉼 쎄이」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결국...

써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프롤로그를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로 작성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프롤로그가 첫 장에 와야 한다는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는 여행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을 담으려는 이 책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프롤로그는 나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는 공간이다. 그래서 「여행, 쉼 쎄이」 ‘쓸까 말까’ 망설임이 1화부터 드러날까 두려워, 글의 시작인 프롤로그를 첫 번째에 두지 않았다.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나의 자유를 향한 갈망이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며, 나를 위한 여행이다. 이 여행은... 어쩌면 내 삶의 새로운 프롤로그가 될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고, 꼭 ‘무언가를 이뤄내야 하나’ 의문이 들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한지.



고개가 절로 떨구어졌다. 그렇다고 절레절레 흔들지도 않았다. 그저 묵직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을 뿐이다. 무언가를 부정할 힘도, 그렇다고 긍정할 용기도 없는 채로 말이다.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결국...

또 써버렸다.

「여행, 쉼 쎄이」를,



이번만큼은 보다 더 정성을 다해보자. 그저 전쟁처럼 하루하루 글을 쓰며 버티던 날들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매일같이 글을 쓰며 스스로를 채찍질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균형 있는 삶을 위하여, 글을 쓰는 장소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든 채널에서 조화를 이루려 한다. 이제는 또 다른 쉼터가 되어 줄 오프라인으로 이사 갈 준비를 시작하는 것. 그리고 이것이 나의 성장을 불러올 거라는 것. 그러니... 그러니 말이다.



뒤돌아보면 안 된다.

매일매일 글을 썼던 그 시간이 그립더라도,

뒤를 돌아볼 때마다 발길이 묶여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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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