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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

by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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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다시 왔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참으로 빠르다. 탄산온천으로 유명한 이곳은 늘 짧은 쉼을 주는 여행지다. 항상 당일치기로 다녀오곤 했던 곳. 이번만큼은 하루쯤 묵으며 온천의 밤공기와 아침 햇살을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나를 붙잡았다. 결국 이번에도 새벽부터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2시간을 달려 이곳을 찾는 이유는 나를 간지럽히는 방울들의 기억 때문이다. 탄산온천 특유의 작은 기포들이 피부를 간질이며 톡톡 터질 때마다, 마치 오래된 피로와 묵은 감정들이 하나씩 떠오르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차가운 겨울 공기를 뚫고 도착한 온천은 역시나 따뜻함이 모락모락 했다. 물소리와 함께 퍼지는 온천 특유의 향기가 나를 반겨주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탕 안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물이 온몸을 감싸며 천천히 긴장을 풀어주는 게 느껴졌다.



탕 안을 둘러보니, 한쪽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띤 어린 아기가 엄마랑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기의 얼굴은 온천의 따뜻한 열기 때문인지 발그레해져 있었고, 물 위에서 작은 손발을 움직일 때마다 엄마는 조심스럽게 아기의 등을 감싸 안았다.



반대쪽에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가 혼자 앉아 있었다. 기분 좋은 일이 있으셨는지, 눈을 감은 채 노래를 작게 흥얼거리셨다. 아마도 몸을 담근 온천물이 꽤나 만족스러운 게 아닐까 싶다. 나는 그 두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는 어디일까?




아기처럼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람일까, 아니면 할머니처럼 긴 여정을 지나온 사람일까? 아니면 그 중간 어딘가에서 방황하는 사람일까?



탕 안의 탄산기포가 방울방울 피어오르고, 황톳빛에 가까운 물이 일렁이고 있었다. 탕 안에서 피어오르는 김과 쏟아지는 물소리가 두 사람을 희미하게 감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아기와 할머니의 모습은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갑자기 따뜻한 물속에서 탄산 기포가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괜찮아, 너는 너만의 속도로 가고 있어. 아주 잘하고 있다구! "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온천은 늘 굵고 짧게, 그러나 아주 강렬하게 나를 위로해 준다.



탕을 나서며 한 번 더 뒤를 돌아봤다. 아기는 엄마의 품에 안긴 채 신나라 놀고 있었고, 할머니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탕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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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눈이 내릴 듯 말 듯 흐린 날,

가족과 함께 한 강원도 양양 온천 여행지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힐링을 듬뿍 받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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