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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여행, 항구-온천-밤바다 풀코스로 즐길 수 있

by 에세이스트

여름이 오면 늘 고민이 시작된다. 어디로 떠나야 제대로 쉬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바다를 보자니 멀리 나가고 싶고, 그렇다고 해외로 가기엔 좀 부담스럽다. 지난 주말, 조금 색다르게, 바다 곁으로 가는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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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도착한 강원도 동해 어달항구는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그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푸르고 넓은 풍경이 펼쳐졌다. 멀리 보이는 빨간 물고기 등대가 없었으면, 바다와 하늘의 경계선을 구분하지 못했을 것 같다.



바람은 시원했고, 파도는 잔잔했다. 수평선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바위들과 함께, 동해 앞바다에서 다시 한 번 여행의 의미와 바다의 넓이를 실감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방파제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의 또 다른 포인트는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테트라포드다. 테트라포드는 파도의 힘을 분산시켜 방파제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인데, 이곳에서는 형형색색으로 칠해져 있어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난, 항상 네 편이야'라는 글귀가 적힌 방파제와 알록달록 테트라포드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을 보며, 나도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여행지에서 마주친 이런 작은 문구 덕분에, 뜨거운 태양도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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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묘미는 그 지역의 대표적인 명소를 직접 경험하는 데 있다. 동해의 대표적인 유황온천인 동해보양온천호텔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온천수로 유명하다. 유황 성분이 풍부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고, 피로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점심 무렵, 동해보양온천호텔로 향했다. 여름에 온천이라니 의아할 수 있지만, 누가 뭐래도 '이열치열' 아니겠는가. 의외로 온천장은 여행 온 사람들로 붐볐고, '나 같은 사람들이 많구나' 싶어 괜히 안도감이 들었다.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맡기니, 몸과 마음이 한결 더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망상해수욕장의 밤바다이다. 해변 산책로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지고, 솔숲 사이로 불빛이 반짝인다. 산책로를 따라 솔숲을 걷는 동안, 나무 사이로 흩뿌려지는 전구 조명과 풀벌레 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다.



해변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있고, 그 앞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각자만의 추억을 쌓고 있었다. 모래사장엔 알록달록한 서핑보드와 벤치가 포토존처럼 놓여 있다.



밤바다 특유의 낭만과 여유, 설렘이 있었다. 동남아의 해변에서나 느낄 법한 이국적인 밤공기와 음악,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줬다.



밤바다 여운을 품은 채, 잠시 모래사장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었다. 어느새 하늘엔 별이 떠 있고, 바다 위로 달빛이 길게 드리워진다.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가는 순간, 여행의 진짜 매력이 느껴진다.



처음 방문한 망상해수욕장, 예상 외로 이렇게 예쁜 곳일 줄이야. 동해가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곳인 줄 미처 몰랐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내에도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여행지가 많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 아마 누가 와도 다 그럴 것이다.



by. 지난 여름 다녀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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