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11월, 계절이 주는 가장 투명한 선물은
아마 이 개울의 물빛일 것입니다.
햇살은 이미 기운을 잃어 차갑고,
세상의 모든 소리는
늦가을의 고요 속에 잠겨버렸습니다.
하지만 물은 거울처럼 맑아,
흐르는 물줄기 아래
시간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물속의 돌멩이들은 수천 년의 기억을 안고 저마다의 자리에 고요히 누워 있습니다.
이끼와 갈색 낙엽들은
물의 장막 아래서 퇴색하는 대신,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처럼 보입니다.
수면 위에서 부서지는 햇살 조각들은
얕은 물결을 따라 춤추는 은빛 무늬를 만들어냅니다.
이 물빛은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따스하고 깊은 위로를 건네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고요한 세계 속에서,
작고 여린 물고기들이 보입니다.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물속을 떠다니는 작은 꿈과 같습니다.
격렬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습니다.
그저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바닥의 돌 틈을 그림자처럼
스치듯 미끄러져 갑니다.
세상이 추위와 침묵 속으로 빠져들 때,
이 작은 생명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끈질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은빛 비늘은 간헐적으로 반짝이며,
"여기에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속삭임을 전하는 듯합니다.
그들이 돌 밑으로 숨어드는 것은,
다가올 겨울을 두려워해서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가장 깊은 곳,
가장 안전한 곳에서 내면의 고요를 찾아
에너지를 비축하는 생존의 명상입니다. 물고기들은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세상이 차가워질수록,
우리는 더 맑고 투명한 시선으로
우리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그리고 이 작은 생명이 보여주는 굳건함이야말로, 우리가 늦가을의 개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망입니다.
흐르는 물은 멈추지 않고,
생명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작은 개울은 계절의 끝자락에서 피어난, 조용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