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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영상 촬영을 경험하다 1

영상촬영편집 배우기 1

by 볼수록 가관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9시까지 스승님과 약속 한 기차역에 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가는 길을 서둘렀다. 8시 50분쯤 목적지 기차역에 도착해 스승님에게 전화를 했다. 가고 있는 중이니 서쪽 편 출구 택시 정류장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9시 조금 넘어 스승님의 차가 도착했고 같이 차를 타고 기차역을 떠났다. 잠깐 일상적인 인사를 나누고 난 후 스승님은 아직 시간이 조금 있으니 근처 커피숍에 들르자고 했다. 커피숍 주차장에서 스승님은 트렁크 문을 열고 카메라 가방에서 큼직한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를 꺼냈다. 우리는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오늘 촬영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내가 영상 촬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오래지 않았다. 영상 촬영을 배울 생각을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이 바로 스승님이다. 이 글에서는 스승님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나와 동갑이다. 우리 관세사무소 고객사 중 한 곳의 담당자이다. 나에게는 소위 말하는 갑이다. 같이 일하면서 친해진 사이다. 이 분은 회사를 다니면서 꾸준히 영상촬영을 해왔고 지금도 주말에 웨딩영상 촬영팀을 이끌고 있다. 회사 업무에도 상당한 전문가인데 이런 경력까지 있어서 처음 얘기 들었을 때는 나도 적잖게 놀랐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스승님은 나에게 카메라 사용법을 간단하게 알려 주었다. 우선 전원을 켜는 법, 렌즈 줌을 사용하는 법, 셔터를 누르는 기본적인 사용법을 설명했다. 내가 카메라를 만지는 게 조금 익숙해지자 조리개, 셔터스피드, 초당 프레임수를 가르쳐 주었다. 적절한 노출을 유지하기 위해 ISO를 조정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카메라의 원리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잠깐 들은 설명으로 그 원리를 깨우칠 수는 없었지만 스승님이 설정해 놓은 카메라에 ISO를 조정해서 액정화면을 새하얗게 만들지 않을 정도의 감은 익힐 수 있었다.(지금도 노출 맞추는 게 쉽지가 않네요...)


*조리개: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f값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셔터스피드: 셔터가 열리는 시간 길이(스승님은 초당프레임수의 절반 정도가 좋다고 한다.)

초당 프레임수: 동영상 1초를 구성하는 정지 사진 수(FPS, Frame per Second)

ISO: 필름의 민감도,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센서의 반응도


내가 웨딩촬영을 하기 위해 영상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영상촬영편집을 배울 수 있는 최선이 스승님이어서 함께 웨딩촬영을 하면서 영상촬영을 배우기로 했다. 나는 평소 결혼식에 가면 신랑, 신부나 혼주에게 인사만 하고 바로 식사하러 가는 편이다. 결혼식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제대로 보거나 사진촬영에 참석한 기억이 많지 않다. 게다가 아직 미혼이어서 결혼식 과정 자체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사실 오늘 영상촬영을 하기 전에는 누가 결혼식장에서 영상촬영을 하는 사람인지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결혼식 문외한이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순간인 결혼식에 끼어서 괜한 폐를 끼칠까 조금 긴장감을 느꼈다.


우리는 커피숍을 나와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예식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서 스승님의 카메라 가방을 꺼냈다. 검은 캐리어에는 커다란 미러리스 카메라 4대와 액션캠 등이 들어 있었고, 기다란 가방에는 삼각대와 모노포드 여러 개가 들어 있었다. 스승님은 캐리어를 끌고 나는 삼각대 가방을 메고 결혼식장으로 들어섰다. 결혼식장은 푸른 나무와 하얀 꽃을 모티브로 화사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또 천장과 벽 창을 통해 자연광이 풍부하게 들어왔다. 아직 결혼식 시작까지 1시간 가까이 남아 있었지만 혼주분들과 접수대의 접수원들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노포드(mono pod): 하나의 다리라는 뜻으로 삼각대와 비슷하지만 설치와 이동이 간편한 카메라 지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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