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생크림 케이크
어제는 까페 창에 붙어 있는 케이크 사진이 제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초콜릿색 시트에 빨간 리본이 묶여 있고 맨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놓여 있었어요. 당장이라도 안에 들어가 케이크를 사 가지고 나오고 싶었습니다.
스무살 즈음 제 소원은 생크림 케이크 3호를 사서 혼자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이었어요. 잼과 생크림이 사이사이 스며있는 부드러운 시트 위에 우유 맛이 가득한 크림과 새콤달콤한 과일이 얹어진 바로 그 생크림 케이크요.
당시 제 위장은 그것을 든든히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제 주머니 사정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빵 집을 지나칠 때마다 쇼케이스에 전시되어 있던 그 케이크들을 보며 침을 삼켰어요. 지금도 케이크는 비싸지만 그때도 꽤나 비싼 축에 속하는 음식이었어요.
작은 케이크를 사 먹으면 되지 않냐고 말씀하시면 할 말이 없기는 해요. 하지만 그 때는 꼭 돈을 벌게되면 저 큰 케이크를 혼자 다 먹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 강했어요.
당시 저 뿐만 아나라 제 친구도 비슷한 소원이 있었어요. 한창 유행하던 로티번을 한가득 사 먹는 거였거든요. 하나 사서 둘이 나눠먹다가 감질나서 아쉬운 듯 가게를 쳐다봤던 기억이 나요. 그때 제가 "내가 돈 벌면 저거 다 사줄께" 했었어요.
세월이 흘러 둘 다 돈을 번 후에도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 때는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것이었건만, 막상 돈을 벌게 되니 선뜻 거기에 돈이 쓰이지 않더라고요. 친구한테 "저 로티번 다 사줄까?" 했을때도 돌아온 대답은 "됐어!"였어요.
하지만 지금도 저는 가끔 생크림 케이크 3호를 사서 혼자 다 퍼먹는 상상을 하고는 합니다. 케이크는 100퍼센트 동물성 지방 생크림으로 만들어져야 해요. 시트 사이에는 싸구려 딸기잼이 발라져 있으면 안돼요. 매끈하게 발라진 생크림에는 별다른 장식은 없어야하고, 과일은 제철에 잘익은 빨간 딸기면 충분해요. 아마 그 케이크를 빵칼로 자르지는 못할 거에요. 100퍼센트 동물성 생크림으로 만든 케이크라면 칼로 자르는 순간 힘없이 무너져 버릴테니까요.
큰 상자를 들고 즐겁게 집에 오자마자 숟가락을 들고 딸기와 생크림을 적절하게 떠서 한 입에 가득넣을 거예요. 아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입안에서 녹아 저절로 넘어갈때까지 기다려야겠죠. 그렇게 한 입, 두 입 먹다보면 아마 반도 못먹고 질릴 거예요. 그러면 다시 냉장고에 넣을거고, 아마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 생각이 나겠지요.
저에게 정말로 이렇게 케이크를 먹을 날이 올까요? 온전히 나 혼자만의 케이크 말이에요. 오늘도 케이크를 먹는 상상을 하며 빵집을 지나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