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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번의 계절

by 서은

숨을 쉬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집.

더 이상 그곳은 집이 아니다.


낡은 닻 하나,

홀로 17년의 조수를 견뎠다.

고함은 파도가 되어 뼈마디를 부수고

모든 탓을 삼킨다.


"모두 네 탓" 이라 외치는 메아리는

반복해서 돌아오고,

너의 입술은

비난의 화살을 멈출 줄 모른다.


희망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흩어지고,

지난 세월을 모래성처럼 허물었다.


내 마음의 문도 어느새 잠겨 있었다.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하는 자리에서

나는 오래도록 참았다.


어차피 끝이라면

벗어나려 애쓰지 말자.

그냥 물처럼 흘러가게 두자.


이 폭풍이 속히 잦아들기를

바라며,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침묵을 선택한다.


이 시간을 살아남자.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지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유효기간이 있나 보다.

기댈 벽 하나 남지 않은 순간,

나에게 작은 창 하나가 열려 있었다.


그분은 말 없는 바위처럼

내 곁에 계셨다.


모든 것이 무너져도

사라지지 않는 단 하나.


영원히 변치 않는 관계

주님과 나.


당신이 없었다면,

난 이 시간을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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