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글 쓰기 vs 부족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글. 이 한 글자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턱 막혀온다. 내일은 또 어떤 글을 쓰지? 하는 마음 때문이겠지. 그런데 가슴이 턱 막혀올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글이 업이 아닌 사람들도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하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글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무의미할 만큼 글쓰기에는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지만, 그 종류를 딱 선을 그어 나누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내 삶에는 언제나 글이 함께 한다. 내가 가장 쉽게 글쓰기를 나누어 보면 출근과 퇴근이다.
또 다른 말로는 힘 있지만 재미없는 글과 부족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읽을만한 글.
여러 번 언급했듯 나의 업은 글쓰기다. 아침 일찍 눈을 뜨면 생각한다. "아, 오늘은 또 뭐 쓰지.." 딱딱하고 어려운 금융이 나의 담당 분야다. 생전 대출 한 번을 받아본 적 없고, 아직까지도 지류 통장을 고집하는 내가 하필이면 디지털 전환기에 서있는 금융을 맡게 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딱딱하지만 조금만 어렵자는 게 내 목표였다. 내 기사는 항상 어떤 용어에 대해 설명하고, 그래서 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까지 나아간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매번 이렇게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조금만 어렵기 위해.
꼭 기사가 아니라도 글 실력을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늘리려면 누군가의 글을 보고 베끼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다. 무조건 베끼는 건 물론 문제다. 내 경우에는 퇴근 전후로 좋은 선배들의 기사를 필사하면서 그나마 글이 조금은 봐줄 만해졌다.
문제는 좋은 글 찾기. 사람마다 그 기준은 너무도 다양하고, 정답은 없다. 이럴 땐 그냥 내가 끌리는 게 답이다.
그래서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면 졸린 눈을 비비고, 다시 노트북을 연다. 그리고 쓴다. 그냥 내가 끌리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기사에는 담지 못하는 추상적인 표현도 부정확한 내용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쏟아지는 고민과 업무 속에서 내가 나를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다.
부족하고 틀렸어도 그래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