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아홉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지난 편지에서 불안했던 나의 20대를 이야기했지? 오늘은 그 불안을 넘어, 진짜 인생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아빠의 치열했던 30대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돌이켜보면 30대는 내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졌던 시기이자, 역설적이게도 내가 가장 크게 성장했던 시기였단다.
30대에 들어서며 나는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마주했단다. 가족의 일로 얽힌 금융 보증 문제가 터지면서, 나는 무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내 몫이 아닌 빚을 대신 갚아야 했어.
20대의 가난과는 또 다른 차원의 고통이었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벌어도 벌어도 내 것이 되지 않는 허무함. 하지만 나는 가족의 일이었기에 도망치지 않고 묵묵히 그 짐을 감당하기로 했단다. 원망할 수도 있었고,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가족'을 선택했어.
그리고 놀랍게도, 그 8년의 시련은 나에게 실패가 아닌 성공을 위한 가장 단단한 밑거름이 되어 주었단다.
보통 사람이라면 빚 갚기에 급급해 다른 것은 엄두도 못 냈을 거야. 그런데 아빠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그 힘든 와중에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하겠다고 결심했단다. 2년이면 끝날 과정을 생업과 병행하느라 6년이나 끌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그리고 먹고살기 위해 눈을 돌리다, 마침 EBS 위성방송 시대가 열리며 강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지. 나는 주저 없이 지원했고, 당당히 합격했단다.
빚에 쪼들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새로운 도전을 했냐고? 그게 바로 내가 30대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란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돈과 은행과 빚에만 신경을 쓰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수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공부하고, 책을 읽고, 나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해. 빚을 갚는 유일한 길은 '걱정'이 아니라, 내 '그릇'을 키우는 것이었으니까.
그 치열하고 정신없던 날들 속에서 나를 지탱해 준 작은 습관이 하나 있단다.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내 이름을 부르고, 세상에서 가장 밝은 얼굴로 웃는 연습을 했어. 그리고 내 이름 앞에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을 넣어 큰 소리로 외쳤지.
"안녕하세요! EBS 대표강사 강병길입니다."
아직 대표강사가 아니었을 때도, 빚 때문에 마음이 새카맣게 타들어 갈 때도, 나는 거울 속의 나에게만큼은 최고의 모습을 선물했어. 그 긍정의 자기 암시가 나를 무너지지 않게 했고, 결국 말이 씨가 되어 나는 정말로 그 모습이 되어갔단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30대 후반이 되었고, 거짓말처럼 그 많던 빚을 다 갚게 되었단다. 그리고 더 좋은 학교로 옮기게 되며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지.
이 과정을 통해 내가 너희에게 꼭 전하고 싶은 교훈은 이것이다.
첫째,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 하지만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게 아니야.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을 결정한단다. 내가 만약 8년 동안 한탄만 하며 보냈다면 빚은 갚았을지 몰라도 나는 폐인이 되었을 거야. 하지만 치열하게 나를 갈고닦으며 그 시간을 보냈기에, 빚이 끝나는 순간 나는 훌쩍 성장해 있었지.
둘째, 가족은 결국 사랑으로 푼다. 아무리 가족 때문에 생긴 문제라 해도, 결국 가족을 믿고 사랑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단다. 내가 그 짐을 짐이라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기에 버틸 수 있었어.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너희의 30대에도 분명 크고 작은 시련이 찾아올 거야. 어쩌면 감당하기 벅찬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수도 있겠지.
그때, 빚더미 속에서도 "나는 대표강사다"라고 외치며 책을 폈던 아빠의 30대를 기억해 주렴. 상황이 어려울수록 문제를 보지 말고, 너희 자신을 보거라. 너희가 빛나면, 어둠은 자연스럽게 물러가게 되어 있단다.
너희의 30대가 치열한 만큼 찬란하게 빛나기를 응원하며.
2025년 11월의 어느 날, 너희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