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옛것이 된 홍콩에 대하여
단연컨대 홍콩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애정哀情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장소이다. 전성기의 홍콩이 어느 정도의 위상과 영광으로 빛을 쏘아댔는지, 분주하던 야경과 낙천적인 방랑자 무리로 가득하던 거리들이 어떠한 정치적인 압력에 의해 시끄럽게 무너졌는지를 되짚어본다면 무거운 생각들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지난 초봄, 중국인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겸 선전에서 홍콩을 며칠간 지하철로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자꾸만 꺼질락 말락 하는 활기는 내 기분 탓인지 아니면 실제 사회 정서가 반영된 것인지 잘 구분하기 힘들었다. 여전히 딤섬과 우육탕면은 맛이 났고, 익청맨션과 센트럴과 버건디색 택시들은 알록달록 고색창연했고, 사람들은 직설적이며 사람 냄새가 났다. 그러나 택시 드라이버나 식당 서버들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광둥어 대신 보통화普通话가 자주 들려왔다는 사실과 빨간 시청 국기 한가운데에 새하얀 보히니아 대신 샛노란 다섯 공산별들이 박혀 있었다는 사실은 종종 나를 힘 빠지게 만들었다. 실은 그 모든 좋은 것들에도 여전히 아주 중요한 보석 하나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여행 내내 나를 괴롭혔다.
마피아적 거물들이 손을 댔든 무력으로 무고한 자치정부를 눌러 터뜨렸든 어떤 합리적 이해관계가 작용했든 간에 내 알 바는 그게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자유(관념적인 것보다 거리의 분위기에서 더 잘 느낄 수 있는)와 활기와 사랑이 그들에 의해 사람들에게서 서서히 아주 깊게 소멸하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시아의 진주이자 국제적 메카였던 이 습하고 더운 섬의 지극히 egocentric 하면서도 뾰족뾰족했던 개성이 대륙적이고 집단적인 정서로 옮겨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왠지 무언가가 무척이나 희미해진 듯한 기분. 여러 가지 색이 섞이지 않고 기포가 톡톡 터지던 팔레트를 둔탁한 붓질로 아둔하게 싹 밀어버린 듯한 느낌이 내게 은근한 체증과 답답함을 안겨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착된 사회 문제가 해결되고, 그들 기준에서의 정의가 실현되고, 질서가 확립되고 이런 것은 내 알 바가 아니다. 세상은 어느 정도 삐뚤빼뚤하고 제멋대로에 이성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가보지 못한 홍콩의 옛 시절에 대한 향수鄕愁를 느꼈다. 바그다드마냥 신문물과 세계의 방랑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유입되던 그 날들의 소식은 어떤 무게를 지녔을까? 닭장 같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면 야시장에 모인 사람들에게서는 어떤 이야기가 들려왔을까? 당시의 소녀들은 어떤 향수를 뿌리고 어떤 색으로 머리를 물들였을까?
까만 머리라서,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덥고 습하고 쨍쨍한 날들을 기다려서, 아니면 단순히 해산물을 좋아해서 홍콩을 유별나게 더 애정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나를 잘 안다. 나는 기구하고 사라진 것들의 서사에 눈길을 자주 주고 또 무척이나 아낀다는 사실을. 나는 추락한 옛것이 된 홍콩을 애정哀情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