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잠실에 열린 ‘얼렁뚱땅 상점’ 팝업에 다녀왔다. 늘 가고 싶다고 생각만 했는데, 집과 거리가 멀어 포기했었다. 이번엔 잠실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무조건 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얼렁뚱땅 상점의 사장인 통닭천사가 방문하는 시간에 맞춰 팝업스토어에 도착했다.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도떼기시장이었다.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팝업 내부로 입장할 수 있었다.
빠니보틀과 콜라보한 이 ‘솔 좀 X 반팔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빠니보틀이 이 발언을 했던 입장글을 감명 깊게 읽어서 사고 싶었다. 저 문장은 발음했을 때 어감도 입에 착착 붙어서 참 좋아하는 문장이다. 그런데 사면 인생에 불만 많은 사람처럼 보일까 봐 내려놓았다.
침착맨은 이 티셔츠를 보고 ‘통천이 드디어 예술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디자인이 눈에 튀어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직원이 다가와서 균일가로 반값 할인을 하고 있는데, 심지어 상품이 마지막 1개 남았다고 했다. 티셔츠 속 레몬맨의 전화를 받아야만 할 것 같은 압도감+직원의 판매력 덕분에 난 그 순간부터 이 티셔츠를 안 살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집에 가지고 왔는데 엄마가 진지하게 화를 내셨다. “이런 옷을 왜 돈을 주고 사냐”부터 시작해서 “경제관념이 부족한 것 같다” “네가 정말 이 옷을 입고 밖에 나갈 수 있냐”.. 등등 5분간 잔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원래는 이 옷을 밖에서 입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소장만 하려고 했었는데, 꼭 입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내가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주 주말, 친구들과의 약속에 입고 나갔다. (캘린더를 보고 ASAP하게 이 옷을 입고 나갈 수 있는 자리를 골랐다.) 야심 차게 입고 나왔지만 지하철에선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런 이상한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묘하게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면서 자존감이 올라왔다.
.
.
여기서 나는 느꼈다..! 얼렁뚱땅 상점만의 셀링 포인트..!
바로 옷에 도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쇼핑을 할 때에도 ‘이 옷을 내가 입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재미가 있고, 옷을 입고 다니지 못할 것 같더라도 강렬한 디자인으로 사고 싶게 만든다. 또한, 옷을 입을 결심을 하는 것부터 하루의 잼컨이 된다. 입고 다니면서 이상한 쾌감을 주는 것은 덤이다.
얼렁뚱땅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의미를 보니 사실은 이름에 셀링 포인트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통은 옷이 나에게 어울릴지를 굉장히 재고 따지며 사지만, 얼렁뚱땅 상점의 옷은 독특한 감성으로 뇌를 마비시켜서 얼렁뚱땅 구매하게 만드는 맛이 있다. 옷을 입을 때에도 굉장히 망설여지지만, 그냥 일단 얼렁뚱땅 입고 나가보게 된다. 그랬을 때 하루 동안 얻는 쪽팔림과 관심까지 티셔츠 값에 포함이다.
구매부터 사용 여정까지 고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얼렁뚱땅 상점이 앞으로도 브랜드의 색을 잃지 말고 정진해 주면 좋겠다. 그럼 또 모른다. 다음 팝업에서도 내가 얼렁뚱땅 옷을 사게 될 수도..
-
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