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며, 선수 때와는 또 다른 김연경을 발견하고 있다.
세계 정상급 선수였던 사람이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부담일 텐데도 김연경은 그 무게를 피하지 않았다. 트로피를 많이 들어 올린 사람이기에, 실패하면 더 큰 말들이 따라붙을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일 텐데도 말이다.
그런데 정작 프로그램 속에서 마주한 김연경은 부담에 눌려 흔들리는 모습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역할을 위해 치열하게 준비해 온 사람의 얼굴이었다. 훈련 계획을 직접 세우고, 선수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필요한 전략을 스스로 찾아낸다. 때로는 촬영 현장에서 제작진에게 준비가 필요하다고 당당히 요구하고, 때로는 선수들에게 냉정한 조언을 건네며 팀의 균형을 잡아간다.
그 태도는 단순히 ‘경험 많은 선배’가 아니라, 팀 전체를 책임지는 감독의 자세에 가까웠다. 그 모습을 가장 압축해서 보여주는 말이 있었다. 김연경이 선수들에게 자주 했던 말.
“익스큐즈(핑계) 하지 말고, 솔루션(해결책)을 가져와라.”
이 한 문장은 김연경이 어떤 방식으로 팀을 이끌고 싶은지, 그리고 스스로 어떤 기준 아래 움직이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위축되거나 흔들리는 순간에도, 핑계를 찾기보다 해결책을 찾는 사람. 스스로를 먼저 다잡고 상황을 넘어설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 김연경은 그런 태도를 선수들에게도 요구했고, 스스로도 그 기준을 지키며 움직인다. 실수를 반복하는 선수에게는 때로는 날카로운 조언을 건네고,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는 단호하게 흐름을 전환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김연경이 이제는 단순히 코트 위의 한 사람이 아니라 팀 전체를 바라보는 ‘감독의 눈’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감정보다는 전략을, 순간보다 다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선수 시절보다 더 깊은 책임감 속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김연경을 보며, 나는 왜 이 사람이 배구에서 오랫동안 정점에 머물러 있었는지 다시금 이해하게 된다. 겸손해야 할 때는 한 발 물러서되, 자신이 가진 경험과 힘은 과감하게 꺼내 팀을 위해 쓰는 사람. 자신감과 절제, 열정과 이성 사이의 균형을 아는 사람.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신인감독 김연경을 응원하게 된다.
그 특유의 올곧은 눈빛과 ‘핑계보다 해결’을 향한 메시지로 팀을 이끌며, 오래도록 자신만의 방식으로 배구를 보여주길 바라게 된다. 그 모습이야말로 지금의 김연경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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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