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연애 프로그램에 이렇게 진심이 되었을까. 어떤 순간부터인지, 남의 연애에 울고 웃는 사람이 되어 있다. 누군가의 눈빛에 의미를 부여하고, 한마디 말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밤새 영상을 돌려보는 날들이 늘어났다. 연애의 ‘연’자도 모르던 때에는 타인의 사랑을 지켜보는 일이 낯설고 신기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주저함과 설렘, 눈치를 읽고 마음을 해석하는 일이 이렇게 흥미롭다는 걸 나는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연애 프로그램을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가만히 앉아 화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생각보다 먼저 쏟아져 나온 말이 상대에게 상처로 남는 장면을 보면 익숙한 감정이라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연애의 끝은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언제나 가장 예뻤던 순간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던 얼굴도, 보기 싫었던 순간의 표정도 그 사랑의 일부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 않을까?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그 사랑이 한때 얼마나 빛났는지를 알기에 오래 마음에 머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남의 연애를 지켜보는 동안, 나의 연애의 끝자락을 떠오른다. 안정을 바라보는 사람과 꿈을 놓을 수 없는 사람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관계 그리고 바쁜 삶에 마음이 밀려나고, 지쳐버린 날들이 쌓여 어긋나 버린 관계들. 사랑이 있는 그대로 와닿지 않는 순간들을 보며 이별은 사랑의 크고 작음을 가르는 일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깨달았다.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랑의 모양이 달랐을 뿐이라는 걸.
이렇듯 사랑만으로 가능할 것 같았던 모든 관계들이 어느 순간 현실과 부딪히는 것이 얼마나 무모할까. 사실 나조차 사랑 만으로 결혼이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연애를 하던 나는 종종 계산적이었고, 그 모순된 마음 앞에서 자주 당황하곤 했다. 결국 서로의 속도와 꿈과 생활이 달라지면서 사랑은 때때로 감정보다 삶을 요구하는 걸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그게 뭐가 중요해, 사랑하면 됐지!’라고 생각했지만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장처럼 내 앞에 놓여 있다. 현실의 벽이 무거울수록 내가 이기적이었던 모습도 선명해지면서 부끄러운 순간들도 많았다. 그 부끄러움 속에서 나는 그동안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사랑을 꿈꾸고 있는지 생각했다. 연애 프로그램 속 이야기들은 결국 나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리액션 속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또 한 번 배운다.
결국 우리는 남의 사랑을 보며 결국 우리 자신을 배워 나가고 있다. 잘 사랑하고 싶고, 나답게 사랑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의 사랑에 귀를 기울이며 내 마음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천천히 들여다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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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