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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란 뭐라고 생각해?

by 애카이브

휴학을 하고 내게 새롭게 생긴 취미, 영화관에서 영화보기.


주말이면 당연히 조조 영화를 보던 초등학교 시절 이후 이렇게 영화관을 자주 가는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재학(직) 중이라면 불가능할 평일 오전 영화관 방문은 하루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영화가 던진 질문이 온종일 머리에 떠돌아다니며 평소와 같은 하루를 살더라도 다른 생각들을 불러온달까? 한 번, 재미를 느낀 이후로는 평소 잘 보지 않던 영화 장르들에도 관심이 갔다. 그렇게 퇴사 이후 재밌어보이는 영화라면 가리지 않고 보다보니 3달 동안 총 13편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든 생각,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이렇게 수 많은 영화들이 개봉하는데 그 중 ‘좋은 영화’로 평가되는 일부 작품들은 무엇이 남달랐던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13편의 영화를 보며 내게 높은 만족감을 주었던 영화들은 대체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었다. 대단히 심오한 주제로써 인간이 사는 이유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 보다는 일상에서 묻어져 나오는 질문에 가까웠다. 가령 ‘연애를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상에서 진짜 나를 어디까지 보여줘야하는 걸까?’ 처럼 말이다.


이런 질문들은 평소와 똑같은 거리를 걷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사람을 만나도 다른 심상을 주었다. 평소엔 당연히 보이던 것들에 이유를 찾고, 왜라는 물음을 붙이게 되었고 나의 입장에서만 판단하던 것들을 조금 더 다양한 시점에서 사고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편안했던 것들이 불편해지기도, 불편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그런 변화들이 마냥 좋았다고만 말하면 거짓말일테지만 그런 변화들이 있어 내 삶이 다채로워지는 것 같았다. 검정과 하양만 있는 세상에 빨강, 초록, 파랑의 색들이 덧칠해진 기분이랄까?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적인 판단으로는 세상을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세상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대답을 이해했다기 보다는 적어도 나의 대답과 타인의 대답이 다를 수 밖에 없는 두 사람 사이의 공백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좋은 영화란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질문은 자연스레 생각을 이끌고, 그 생각들은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만든다. 타인의 선택과 나의 선택들이 매 순간 겹쳐지는 일상은 결코 똑같을 수 없지만, 반복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그 미세한 변화들을 간과하게 된다.

이때 너도, 나도 살아가고 있는 삶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는 영화가 던진 질문은 반복 속에서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차이를 인식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들이 쌓이고 쌓여 일상은 어느새 반복되는 것이 아닌 매일 새로운 것이 된다.


결국 또 다시 돌아올 하루를 매일 다채롭게 살아가게 만드는 것, 나는 그것이 영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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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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