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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라는 이름이 불러낸 시간들

by 애카이브

오전 1시 26분, 여느 때처럼 SNS를 스크롤하던 순간이었다. 오래전부터 팔로우해 두었던 엑소 계정에서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왔다.

개기월식에 맞춰 전해진 컴백 소식.

화면 속 포스터를 보는 사이, 8년 동안 엑소를 좋아하며 쏟아냈던 마음이 순식간에 되살아났다. 역시나 ‘엑소다운’, 변태 같은 그 컴백 예고 방식은 한때라도 그들을 품어본 사람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엔 충분했다.


돌이켜보면, 엑소는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덕질을 했던 팀인 것 같다. 지금은 예전만큼 마음이 뜨겁진 않지만, 가끔 옛날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시절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밤새 클립을 돌려보던 날, 굿즈를 사겠다며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날, 입대 전 팬미팅에서 옆자리 팬과 함께 서로 휴지 주고받고 울고불고했던 날, 어린 마음으로 정성껏 편지를 쓰던 날까지 그 모든 순간이 다시 어렴풋이 살아난다.

그리고 여전히 일상 곳곳에 그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다. 온갖 사이트 비밀번호조차 엑소와 관련된 숫자로 되어 있으니, 문득문득 다시 생각나는 날이 있다.


어릴 때여서 더 열과 성을 다해 좋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학창 시절 대부분이 엑소로 채워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만큼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준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그때의 마음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절의 내가 가졌던 순수함과 열정을 다시 되찾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일상을 살아가다가 그들의 근황을 접할 때면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깨닫게 된다. 최근엔 단체 팬미팅, 멜론뮤직어워드 출연 등 오랜 기다림을 했던 팬들에게 선물 같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팬 활동을 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이 이름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한때의 마음이든, 지금의 마음이든, 엑소라는 이름은 여전히 나에게 소중하게 다가오기에 그들의 활동을 조용히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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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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