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악을 좋아하게 될 때 처음부터 가사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사가 귀에 익고,
글자를 곱씹을수록 그 가사 때문에 음악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
가사는 음악을 99점에서 100점으로 만들어준다.
백예린의 음악을 다 챙겨 듣는 편이지만, 가사가 한글로 쓰인 곡들을 더 자주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가 전하고 싶은 말을 내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곱씹을 수 있게 해 주니까.
그중에서도 특히 <물고기>의 가사가 좋다.
너만은 나를 알아봐야 해
너만 알 수 있는 내 마음을
복잡한 나만의 언어를 알아봐 줘
- 백예린 <물고기> 中
나는 표현이 서툴다. 정확히는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표현이 서툴러진다.
사랑한다는 말이 입 앞까지 나왔다가도 다시 들어가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내뱉는 말들은 거칠어지며, 조금이라도 낯간지러워지면 장난으로 넘겨버린다.
딱딱하게 말해도, 빙빙 돌려 말해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 마음을 알아봐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복잡한 언어도 그들에게는 무리 없이 해석되길 바란다.
뭘 이런 걸 챙겨라는 말이 고맙다는 말로 들리기를,
항상 고맙다는 말이 사실은 정말 사랑한다는 의미로 닿길 바란다.
어쩌면 백예린으로 시작한 이 글은 여러분에게 내 진심을 전하기 위한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가사로 노래해 주는 백예린이
그리고 내 마음을 전할 핑계가 되어주는 그의 노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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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