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미술치료사로 일하기
이사는 진작 11월 말에, 실습은 12월 초에 시작했건만 드디어 어제 처음으로 미술치료실에서 멘토인 미술치료사분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처음 이주간은 아무것도 모른채 바짝 긴장한 채로 의대생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고 그 후 미술치료실로 돌아왔을땐 멘토분이 코로나에 걸리시는 바람에 나는 실습이란 명목하에 미술치료실에 오는 환자들 병동으로 보내져 병원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녔다. 그 사이 틈틈이 병원에서 일하는 신입직원들과 실습생들을 위한 건강검진과 위생교육을 받았고 계약서를 담당하는 부서의 신입직원이 내가 가지고 있는 외국인비자를 잘 이해하지 못한 탓에 몇번이고 불려가기도 했다.
급기야 실습중간에 환자들과의 만남을 당장 중단하라는 연락과 함께 비자문제로 계약서 처리를 완료할 수 없으니 이번달 월급을 못받을 수도 있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받게 되었다. 연고 하나 없는 이 나라에 산지도 어언 6년, 내 비자에 문제가 없다는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지만 외국인의 비자에 대해 잘 모르는 직원에게 그가 납득하도록 잘 설명하는 일은 언제나 힘이 부치는 일이다. 다행히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되었지만 이미 병원에서 일하는 치료사들에게 내가 비자문제 때문에 실습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전체메일이 보내지고 난 후였다. 가뜩이나 나는 병원에서 몇 명 안되는 동양인으로 그것만으로 엄청나게 눈에 띄는데 이제 이름을 대면 만나는 사람마다 비자문제는 잘 해결됐냐며 처음 만나는 사람임에도 안부를 전하는, 나름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어제, 멘토분의 귀환과 함께 나는 계약서가 잘 처리됐다는 증표같은 것으로 거의 한달만에 직원 이름표를 받고 미술치료실에서, 그리고 병동에서 미술치료사로서 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