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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두 잔. 브런치글 하나.

by 코나페소아

커피 두 잔이 놓인 식탁 곁에서 우리만의 낭독회가 시작된다.


어서 읽어보라는 친근한 채근거림에 간밤에 쓴 브런치 글 가만히 들려주는 이 순간이 마냥 행복하고 좋다. 아무도 안 읽어주고 안 찾아줘도 상관없다.


먹고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고 잘 곳이 있고 꿈꾸고 글을 쓸 약간의 시간이 있는데 무엇을 더 <신>에게 요구하며 <운명>에게 바라겠는가.


오디션프로의 무대에 선 무명가수들처럼 높은 곳에서 내려보는 누군가의 취향에 맞추고 싶지도 않고, 힘을 가진 자 만이 상식과 정의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세상에게서 이젠 그만 시선을 거두고 싶다. 이럴 때면 "햇살을 머금은 푸르름"만을 담아내는 우리 집 창 밖 풍경이 참 위안이 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자신을 기준으로 온 우주를 측정"하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조금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한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불러오지만, 동시에 다른 기억을 밀어낼 뿐, 무수히 많은 생각을 시도하지만 우리가 할 수 일이라곤 한 번에 하나씩, 떠올리고 지우기를 번복할 뿐이다.

어제의 나는 사라진 채 오늘을 살고, 오늘의 굳은 다짐은 망각한 채 또 다른 나로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일까. 삶의 영원한 흔적으로 남기려 오늘 나는 글을 쓰고 있나 보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과 장소를 기억하며, 사랑하는 이의 곁에서 추억의 흔적들을 읊조리 듯 낭독하며 이리도 설레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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