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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붙잡은 삶의 조각들

by 기공메자

사랑하는 블로그 글 친구 폼포넬라님의 문장 하나가 내 마음을 단단히 흔들었다. “일상에서는 절대 잡아둘 수 없는 시간이지만, 글에 담아두면 시간을 버는 일임을 알기에.” 짧지만 묵직한 이 문장은 마치 오래된 종소리처럼 내 마음을 울렸다.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 시간을 글로 담아내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짜 시간을 얻는 길이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글쓰기는 ‘시간을 되살리는 기술’이라는 것을.


퇴직 전, 나는 36년 동안 소방관으로 살아왔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불길을 마주하던 시절이었다. 매 순간이 긴박했고,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하루하루였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온 인생의 시간은 늘 ‘지금’이라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그때의 나는 생존을 위해 뛰었다. 지금의 나는 삶을 누리기 위해 글을 쓴다. 은퇴 후 처음 맞은 새벽, 손에 쥔 건 호흡 대신 펜이었다. 매일같이 글을 쓰며 느꼈다. 시간은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내 문장 안에서 다시 숨 쉬고 있었다. 글을 쓴다는 건 ‘지나간 순간을 다시 현재로 불러오는 일’이었다.


책을 읽으며 시간을 붙잡고, 글을 쓰며 그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든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기억의 보존 장치이다. 아들의 웃음, 아내의 미소, 새벽이슬의 반짝임, 저녁 노을의 따스함 — 그 모든 찰나가 글 속에 머물면 비로소 ‘영원’이 된다. 사라지지 않는 순간이 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흐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이 달라진다. 그저 흘려보내면 시간은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기록하고 사색하면 시간은 빛나는 보석이 된다.


나는 매일 책상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린다.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마음을 엮는다. 글을 쓰며 나는 내 삶의 결을 확인한다. 그 문장들이 쌓여 언젠가 한 권의 책이 되고, 그 책이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한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삶은 완성되지 않은 문장과 같다. 다 쓴 줄 알면 다시 새 줄이 열린다. 그래서 나는 매일 쓴다. 쓰는 동안만큼은 내가 살아 있음을 가장 선명히 느낀다.


<작가의 생각 한 줄>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는 가장 따뜻한 방법은 글쓰기이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시간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에게만은 잠시 멈춘다. 글이란, 흘러가는 삶을 되살리는 가장 따뜻한 방법이다. 오늘 당신이 남긴 한 줄의 글이 내일의 당신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글은 남는다. 그러니 오늘을 허투루 보내지 말자. 삶을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것은 바로 ‘쓰는 일’이다.


<블로그 이웃의 공감 댓글>

글쓰기를 안 할 이유가 없는 말씀이네요. 순간도 붙잡고, 기억도 선물하고, 누구에게나 전할 수 있는 글말이죠. 글을 쓰면서 버겁고 힘든 때도 있지만 작가님의 문장들이 큰 용기를 줍니다.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가 된다는 말씀이, 바로 작가님의 글을 통해 느껴집니다. 오늘도 제 삶의 순간을 붙잡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답글>

정성 어린 말씀에 저도 큰 힘을 얻습니다. 글은 때론 무겁지만, 그 무게를 나눌 때 더욱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순간을 함께 붙잡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작가노트>

이 글은 ‘시간이 흘러간다’는 말이 내게 남긴 공허함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글 친구인 폼포넬라님의 한 문장이 내 생각을 바꾸었다. ‘글은 시간을 버는 일’이라는 그 말이, 내 인생 후반전의 좌표가 되었다. 이제 나는 오늘을 쓰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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