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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향기에 물든 시간

by 기공메자

나는 쉰여덟에 처음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36년간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며 수많은 보고서와 규정집을 넘겼지만, 그것은 일의 연장이었지 배움의 즐거움이 아니었다. 책은 늘 업무의 도구였고, 읽기는 그저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은퇴를 앞두고 문득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내 마음을 위한 책 한 권이라도 읽었는가?” 그 질문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늦은 나이에 다시 책을 펼쳤다. 처음엔 자기계발서였다. 삶을 새로 시작하는 방법, 습관을 바꾸는 법, 다시 자신을 믿는 법. 페이지마다 오래 잠들어 있던 나를 깨우는 듯했다. 책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내 안의 불씨를 건드렸다.


이후 에세이로 넘어갔다.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기쁨과 슬픔이 내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책 속 문장을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나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일렁였다. 그때 알았다. 읽는다는 건 단순히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감정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라는 것을.


책을 읽다 보면, 문득 내 삶이 비춰질 때가 있다. 어떤 문장은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고, 어떤 문장은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킨다. 머릿속이 환하게 트이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 순간—그게 바로 독서의 쾌감이었다. 나는 그 감각을 잊지 못해 또 다른 책을 집어 든다.


이제 책은 나에게 ‘쉼’이자 ‘길잡이’가 되었다. 글자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세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책은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었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꿔주었다. 더 이상 남의 기준으로 사는 삶이 아니라, 내 안의 소리를 듣는 삶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는 이제 말하고 싶다. “독서는 쾌감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그 설렘, 문장 하나에 가슴이 뛰는 그 순간. 그것이 나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든다. 늦게 핀 꽃은 더 짙은 향기를 낸다. 쉰여덟에 시작한 독서가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늦은 사람’이 아니라, ‘깨어 있는 사람’이다.


<작가의 생각 한 줄>

“늦게 핀 꽃은 더 진하게 향기 난다. 독서는 내 삶에 다시 불을 붙인 숨결이었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 책은 언제든 닫힌 마음에 새로운 문을 연다. 늦었다고 멈추지 말라. 중요한 건 ‘지금’ 책을 펼치는 그 한순간의 용기다. 그 한 페이지가 당신 인생의 첫 장을 다시 써 내려갈지도 모른다. 책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오늘 단 한 줄이라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만나보라. 그 한 줄이 당신의 인생을 다른 빛으로 물들일지도 모른다.


<이웃의 공감 댓글>

작가님, 늦게 시작하셨지만 누구보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처음엔 자기계발서로 시작하셨군요. 저는 문학과 철학을 주로 읽었는데, 자기계발서는 한두 권이면 충분하더라구요. 결국 중요한 건 ‘실천’이니까요. 그래도 책을 읽을 때 느끼는 그 몰입의 기쁨, 정말 공감돼요. 저도 금요일 밤엔 늘 책 속으로 잠수하듯 빠져듭니다. 이덕무 선생처럼 책에 미친 바보, 저도 그런 바보가 되고 싶어요.


<작가의 답글>

공감의 마음 고맙습니다. 책에 미친 바보라는 표현, 참 멋집니다. 저 역시 늦게나마 책의 세계에 발을 들이며 매일 조금씩 세상이 확장되는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말씀처럼 실천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결을 따라 읽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금요일 밤, 책과 하나 되는 시간—그 모습이야말로 진짜 독서인의 행복한 초상입니다. 저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작가노트>

퇴직을 2년 앞두고 처음으로 책 한 권을 완독했을 때, 세상이 달라 보였다. 그날의 설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 책은 자청의 『역행자』였다. 인생의 방향이 바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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