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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아닌 흐름으로 사는 법

by 기공메자

<작가의 생각 한 줄>

"목적은 삶을 규정하는 틀이 아니라, 흘러가는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인생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학교에서는 진로를 묻고, 사회에서는 목표를 세우라고 한다. 자기계발서마다 “인생 목적을 명확히 하라”는 문장이 꼭 나온다. 그러나 자연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진실이 보인다. 나무는 왜 자라는가? 강은 왜 흐르는가? 꽃은 왜 피는가? 자연에는 목적이 없다. 그저 존재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오직 인간만이 ‘목적’을 만들어 삶을 규정한다. 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목적을 세운다. 성공하기 위해서도 목적을 세운다. 또한 남보다 앞서기 위해 끊임없이 목적을 세운다. 물론 목적은 삶에 방향성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목적이 삶을 옥죄기도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낮추는 열등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결과만 바라보다 보면 정작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놓치게 된다. 우리는 목적이라는 허상 때문에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곤 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목적에 매달려 살았다. 소방관으로 근무할 때는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내 삶의 중심이었다. 그 목적은 삶을 지탱해 주었지만 동시에 늘 긴장하게 만들었다. 퇴직 후 작가로 살아가는 지금,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글을 쓰는 데 꼭 목적이 있어야 할까?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출간을 위해서만 글을 쓴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그냥 쓰는 그 자체, 표현하는 그 자체가 이미 목적이 된다.


자연이 목적 없이 존재하면서도 아름답듯 우리 삶도 그렇게 흘러갈 수 있다. 목적에 매달리지 않고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 책을 읽을 때는 읽는 그 시간이, 산책을 할 때는 걷는 그 발걸음이 곧 목적이다. 자녀와 대화할 때는 대화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삶을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흐름 속에 맡길 때, 오히려 더 단단한 힘이 생긴다.


우리는 종종 ‘흐른다’는 표현을 무기력과 동일시한다. 하지만 강이 흐른다고 해서 약한 것이 아니며, 바람이 부드럽다고 해서 존재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흐름은 방향을 잃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리듬을 따라가는 것이다. 삶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들은 결과보다 과정의 결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온도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온도는 쉽게 식지 않는다. 꾸준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천천히 단단해진다.


우리가 조급함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소 더 멀리 본다. 강을 막으려 할수록 범람하듯, 삶 또한 자꾸 통제하려 하면 더 큰 혼란을 낳는다. 흐름에 맡긴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을 신뢰하는 용기다. 완벽히 계획된 삶보다, 예상치 못한 우회로 속에서 발견되는 성장이 더 오래 남는다. 지금 걷는 길이 목적지에 닿지 못하더라도 그 길 자체가 삶을 단련시킨다.


인생은 유한하다. 언젠가 끝이 있다. 그렇기에 더 중요한 것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오늘 하루 숨 쉬고 웃으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또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가 삶의 가치를 더한다.


목적이 없어도 괜찮다. 아니, 오히려 목적 없는 삶이 더 깊고 자유로울 수 있다. 혹시 지금 “나는 뚜렷한 목표가 없어 불안하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처럼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빛나는 삶이다.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오늘 하루를 온전히 누리며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흐름에 맡긴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의 순간을 정직하게 살아내며, 자신에게 닿아오는 신호를 조용히 듣는 태도이다. 오늘의 걸음이 작더라도 그것은 내일을 여는 하나의 움직임이다. 당신의 삶이 남의 기준이 아닌 당신만의 리듬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목적 없는 하루가 때로는 가장 빛나는 하루가 된다.


<이웃의 공감 댓글>

‘글을 쓰면 목적이 있어야 한다. 나를 알리든, 책을 출간하든,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말만 듣다 보니, ‘글을 쓰고 표현하는 자체가 목적’이라는 작가님의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처음 글을 시작했을 때는 그저 쓰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는데, 블로그를 하면서 위와 같은 말들을 계속 들으니 제가 너무 뒤처져 사는 것 같고, 한심한 사람처럼 느껴지며 움츠러드는 기분을 받았었어요. 요즘은 제 속도를 찾겠다며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니 많이 괜찮아졌지만, 마음 한 켠에는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걸까?’라는 불안감이 늘 남아 있었습니다. 목적이 없어도 괜찮다는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어요.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목적이 생긴다면, 그때는 그 길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볼게요.


<작가의 답글>

님께서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지켜내신 것이 가장 소중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이미 목적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말씀처럼 자연스럽게 목적이 생긴다면 그때는 기꺼이 그 길로 나아가면 되겠지요. 지금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작가노트>

퇴직 후 농장에서 자연과 함께 지내며, 아무 목적 없이 피어나는 꽃과 자라는 나무를 보았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인간만이 스스로를 조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 깨달음이 이 글의 시작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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