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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침반을 따르는 삶

by 기공메자

<작가의 생각 한 줄>

"성장은 타인을 넘어서는 일이 아니라, 오늘 내가 선택한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지난 36년 동안은 타인을 위한 삶이었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으로서, 매일이 누군가의 생과 사를 마주하는 일이었다. 2024년 12월, 그 치열한 사명을 마치고 긴 숨을 내쉬듯 정년퇴직을 했다.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와 비로소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조급하지 않은 속도로 나의 삶을 다시 써 내려가는 중이다.


살다 보면 자주 경쟁 앞에 선다. 누군가는 더 높이 올랐고, 누군가는 더 빨리 달렸으며, 누군가는 더 멀리 나아갔다. 비교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나도 모르게 나를 깎아내리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장은 그런 것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누구를 이겼느냐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했는가에 진짜 의미가 담겨 있다.


어떤 날은 갈림길 앞에서 한참을 서 있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에게 조용히 묻는다. “이 길이 정말 네가 가고 싶은 길이니?” 남들의 걸음소리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방향을 바꾸기도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일이다.


책을 한 페이지라도 펼치는 것, 하루 한 줄의 글을 쓰는 것, 햇살 아래 땀 흘리며 걷는 것, 그 모든 것은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장’이다. ‘누구보다’ 잘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면 된다.


경쟁은 자꾸 타인의 시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그러나 선택은 나만의 나침반을 따라 걷게 해준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디로’ 가고 있는가이다.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숫자도, 타인의 기준도 의미 없다. 매일의 선택이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가, 그게 전부다. 성장은 남을 넘어서는 일이 아니다. 그저 내 안에서 작고 분명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 자체가 성장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선택한다. 조용히 책상에 앉아 나를 마주하고, 천천히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긴다. 때로는 멈춰 서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성장의 일부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사람들은 흔히 성장을 ‘눈에 보이는 성과’로 정의한다. 학위, 승진, 수상, 누적된 숫자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마지막에 드러나는 무늬일 뿐 그 안을 채운 것은 보이지 않는 반복과 마음의 결이다. 농부의 밭이 봄에 푸르게 보이는 이유는 겨울 동안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흙을 뒤집고, 손을 얼려가며 씨앗을 덮어준 노력 때문이다.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단단해지는 순간을 자각하지 못한 채 지나가고, 어느 날 문득, “아,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고 깨닫는다.


성장의 길은 경쟁이 아니다. 그건,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쌓여 나를 만든다. 오늘 나의 선택이, 내일의 나를 빛나게 할 것이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삶의 방향은 타인이 결정해 주지 않는다. 누군가의 속도를 쫓지 말고, 나만의 걸음으로 하루를 채우시길 바란다. 한 줄의 기록, 한 시간의 독서, 짧은 산책조차도 자신을 돌보는 선택이라면 이미 성장은 시작되고 있다. 오늘의 선택이 쌓이면, 언젠가 당신의 삶도 조용히 빛날 것이다.


<이웃의 공감 댓글>

작가님,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와 읽고 쓰며 작가의 길을 걸어가시는 모습이 그동안의 치열했던 삶이 있었기에 더 귀하고 멋지다고 느껴집니다. 말씀처럼 이제는 누굴 이겼고, 누구보다 잘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더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위해, 나답게 나의 길을 선택하고 당당하게 걸어가시는 모습에서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작가의 답글>

따뜻한 마음 전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치열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평온함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젠 비교보다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더 큰 가치를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려 합니다. 저 역시 함께 나아가는 길 위에서 귀한 공감과 응원 덕분에 많은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작가노트>

퇴직 후 처음 맞이한 공백은 두려운 침묵이었지만, 그 시간이 오히려 내 마음의 소리를 듣게 했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선택’이라는 키워드를 붙잡자, 성장의 기준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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