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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조건이 아니고 해석이다

by 기공메자

<작가의 생각 한 줄>

"환경은 조건이 아니라 방향을 결정짓는 해석의 무대였다."


저는 36년간 소방관으로 살아오며 수많은 위기의 현장을 마주해왔다. 현장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했고, 늘 준비되지 않은 채로 시작되었다. 훈련도 경험도 그 순간을 완벽하게 대비해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저는 포기하지 않았다. “주어진 환경은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환경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지는 나의 몫”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처럼 되지 않는 조건 앞에 서게 된다. 가난, 학력, 연줄, 나이, 능력 부족. 우리는 이런 요소들을 핑계 삼아 가능성을 접어버린다. 그리고 말한다. “나는 환경이 안 좋아서 안 돼.” 그렇게 스스로를 낭떠러지에 밀어넣는다.


하지만 같은 환경 속에서도 운명이 갈리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는 현실을 탓하며 멈추고, 누군가는 그 환경을 디딤돌 삼아 나아간다. 차이는 환경이 아니라 환경을 해석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나 역시 완벽한 조건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태백의 작은 산골에서 자랐고, 공부보다 생계를 먼저 고민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환경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내가 가야 할 방향에 집중했다. 그 경험은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무기가 되었다.


퇴직 후 작가의 길을 걷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젊은 창작자들 사이에서 나이 많은 초보 작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 문학을 배운 적 없는 출발선. 이 모든 조건은 저를 도전의 무대로 불러냈다.


블로그 글쓰기부터 시작했다. 첫날엔 마우스 커서 하나도 어색했고, 예약 발행 기능을 찾는 데 한참이 걸렸다. 하지만 매일 10쪽씩 읽고, 하루 한 줄이라도 쓰며 습관을 만들었다. 꾸준함은 낯설던 환경을 내 편으로 바꾸는 힘이었다. SNS 소통은 두려움이 아닌 배움의 무대가 되었고, 댓글 하나가 제 글을 살아 있는 경험으로 바꾸었다.


환경은 늘 중립적이었다. 그것은 우리를 막아서는 벽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환경은 우리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다. 우리가 환경을 바라보는 방식이 성장을 막는다.


삶의 무대는 늘 우리를 시험한다. 하지만 환경은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기준이 아니다. 그 환경을 해석하는 마음이 방향을 결정한다. 비바람 속에서도 곧게 자라는 나무처럼 어떤 조건이든 태도에 따라 길은 달라진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자리 역시 완벽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탓하지 않는 것이다.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먼저 질문해 보라. 질문하는 순간, 우리는 환경과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환경을 활용하는 사람으로 변한다. 환경은 시작점에 불과하고 그 위에 무엇을 쌓느냐가 당신의 인생을 결정한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환경은 당신의 운명이 아니다. 환경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태도가 당신의 두 번째 인생을 만든다.


<이웃의 공감 댓글>

존경하는 주진복 작가님, 반갑습니다. 오늘도 좋은 아침을 맞이하셨는지요? 늘 작가님의 글을 보며 제 마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결국 주어진 환경이 우리를 결정짓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결정짓는 건 그 환경을 대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이 문장을 저도 모르게 필사하게 되었습니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역시 진정한 장인이십니다. 날씨가 매우 무덥습니다만 슬기롭게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늘 감사드리며 응원합니다.


<작가의 답글>

따뜻한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처럼 환경이 우리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우리를 빚어 갑니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속담을 떠올려 주신 것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무더운 날씨지만 서로 응원하며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노트>

소방 현장에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임무를 선택했던 경험이 퇴직 후 글쓰기를 시작하는 저에게 큰 힘이 되었다. 환경을 해석하는 마음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해준다는 사실을 독자와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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