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은 매일 나를 삼킨다.
육신이 아닌 말이지만,
말을 잃은 나는 영혼도 없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말보다
나가는 숨이 먼저여서,
나는 문턱에 말을 두고 나간다.
전쟁 시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근은 귀가가 아니라
퇴각일지도 모른다.
신발을 벗을 때
고단함도 함께 벗어두고,
속은 비어도
표정은 꿰매어 둔다.
오늘 하루를 말로 풀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너무 많은 말을 삼켰다.
가끔은
TV 소리에 웃는 척도 해 보고,
무심한 아이의 표정에
일그러진 미소를 보이며
그 순간만큼은
멀쩡한 사람처럼 굴어 본다.
힘없이 굴러간 영혼이
문턱에 걸려 주저앉았다.
힘없이 주저앉은 건 내 목소리였을까,
아니면
다 삼키고도 꺼내지 못한
마지막 말 한마디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