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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유연한 도시, 리퀴드폴리탄

TREND INSIDE

리퀴드폴리탄이란?

그림1.png 출처: 연합뉴스

리퀴드폴리탄은 액체(Liquid)와 도시(Metropolitan)의 합성어로서, 하나의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자유로운 액체처럼 유연하게 변화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즉, 도시를 거주지로서의 공간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활 방식을 가진 생활인구가 오가며 자유롭게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공간이자 플랫폼으로 인식하는 개념이다. 이때 ‘생활인구’는 이동성과 활동성이 증가하는 생활유형을 반영하여 정주인구나 체류인구뿐만 아니라 원격 근무나 자본의 투자로 간접적으로 지역에 인구까지 포함한다. 생활인구 개념은 소멸위험지역에서 물리적 인구 증가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개념적으로 인구를 확대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법적으로 도입되었다. 생활인구는 본인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다양한 지역에 속할 수 있는 만큼 생활반경이 고정되지 않고 자유롭기 때문에 도시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리퀴드폴리탄 트렌드의 핵심이다. 최근 Z세대에서 해당 생활인구의 개념을 반영한 ‘플로팅 세대’라는 용어가 떠오르고 있다. 플로팅 세대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직장과 거주지도 자신에게 맞는 선택지를 끊임없이 탐색하여 유목민처럼 옮겨다니는 세대로,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능동적으로 이동하며 도시 공간 위에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대표적인 목적지 지향형 생활인구이다. 따라서, 플로팅 세대에게 ‘공간’이라는 개념은 자신의 목적이 변화하고 확장됨에 따라 그 기능이나 존재 이유가 액체처럼 유연하게 바뀌는 ‘리퀴드폴리탄’ 그 자체인 것이다.



리퀴드폴리탄으로의 진입을 위한 핵심요소

리퀴드폴리탄 트렌드가 도시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가운데, 성공적인 리퀴드폴리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도시가 생활인구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장기적인 활력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 네 가지 핵심 축이 필요하다. 첫째는 해당 지역만의 특색을 담아 특정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그니처 스토어이며, 이는 단순한 상징물을 넘어 지역 정체성을 체험하게 하는 장치다. 둘째는 지역의 특성과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고 실현하는 지역 기업가, 셋째는 상권과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방문자 경험을 설계하는 도시 기획자로, 각각 도시 변화의 동력이 된다. 넷째는 인구 유입을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흐름으로 전환시키는 지역 커뮤니티로, 이 네 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리퀴드폴리탄은 더 많은 생활인구를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생태계가 된다. 이러한 리퀴드폴리탄은 대규모 상권이나 인프라 개발보다는 지역 브랜드, 소상공인, 지자체 등 창의적 주체 간의 긴밀한 협업 체계가 핵심이며, 지역 고유의 문화 자본을 바탕으로 개방형 플랫폼 안에서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함께 성장하는 ‘공진화 전략’을 선택한다. 공진화 전략은 단순한 기업 간 협력을 넘어 소비자와 기업, 행동 주체와 지역 간의 관계까지 포괄하며, 폐쇄적 자족 시스템, 제한된 파트너십, 개방적 협력망, 공진화 생태계의 네 단계를 거쳐 지역 비즈니스 생태계를 발전시킨다. 이처럼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서, 유동적인 생활인구를 중심으로 공진화하는 리퀴드폴리탄은 점차 유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로 자리잡게 된다.



리퀴드폴리탄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을까?

그림2.jpg 출처: ANTIEGG

첫째 시장 배경으로, 도시 공간의 주체가 정부에서 시민과 민간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내 유휴공간이나 노후 자산을 직접 기획·활용하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시민 주도의 택티컬 어바니즘이나 민간의 1유로 프로젝트와 같은 실험은 도시 공간을 재해석하고 수익과 지역 기여를 동시에 꾀하며, 리퀴드폴리탄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주체의 공진화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둘째 소비자 배경으로, 리퀴드폴리탄을 이루는 플로팅 세대와 긱워커의 등장은 고정된 주소지 없이 유동적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생활인구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에서 나아가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초단기 노동은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기업들 역시 긱워커 채용을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노동 수요를 창출하면서, 일 중심의 지역 순환과 자본 유입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셋째 정책적 배경으로, 정부는 공유주거와 세컨드홈을 제도권으로 포섭하며, 기존의 고정 주소 중심 정책에서 탈피하고 있다. 코리빙 운영 허용, 다주택자 중과 폐지, 복수주소제 도입 검토 등은 거주와 이동의 경계를 유연하게 만들어주며, 1인 단위의 지역 이동과 지역 간 생활자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넷째 가속화 배경으로, GTX-A 개통, 동해선 연결과 같은 교통 인프라 확장은 수도권과 지방을 하루 생활권으로 연결하고, MaaS와 자율주행 기술 등 모빌리티 혁신은 지역 간 이동의 장벽을 낮추며 리퀴드폴리탄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접근성이 높아지고, 유입 인구 기반의 로컬 콘텐츠 개발도 한층 용이해지면서 리퀴드폴리탄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리퀴드폴리탄 트렌드에 발맞춘 기업은 어디일까?

1) 오아시스비즈니스

그림3.png 출처: NVP24

오아시스비즈니스는 딥러닝 모델 ‘델파이’를 기반으로 소상공인과 중소 브랜드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프롭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지방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부동산 및 금융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매출 예측과 입지 선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신규 점포 입지를 찾아주는 ‘머니뷰어’ 서비스는 리퀴드폴리탄 내 자금 순환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 피오씨

그림4.png 출처: POC 홈페이지

피오씨는 인구 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런트립’ 관광상품을 운영하며, 달리기와 여행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관광 콘텐츠를 제공한다. 러너들을 대상으로 한 릴레이 러닝 캠페인과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연계한 ‘디주 런트립’ 사업은 지역 특성을 활용해 리퀴드폴리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두 스타트업 모두 지역 경제와 문화 활성화를 통해 리퀴드폴리탄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트렌드의 전망과 한계는 어떨까?

*전망

리퀴드폴리탄의 전망은 크게 리퀴드폴리탄의 글로벌화, 고밀도 압축도시 계획 활성화, 리퀴드아일랜드로의 확산으로 예상할 수 있다. 리퀴드폴리탄의 글로벌화는 외국인 생활인구와의 공진화 관계 구축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다문화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면 해당 지역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거점이 될 수 있다. 또한, 통합 모빌리티 시스템의 발달로 고밀도 압축도시가 활성화되며, 지방에서도 수도권과 유사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MaaS 기반의 전기차와 미래형 모빌리티 상용화는 지역 내 물자 공급을 원활하게 하여 도시 구조를 유연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퀴드폴리탄 개념이 도서 지역까지 확장되면서 ‘리퀴드아일랜드’ 개념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섬 지역은 강한 지역 커뮤니티와 실험적 도시 개발 방식에 적합하며, 섬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거주 모델이 도입되면서 잠재력을 지닌 다양한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다.


*한계

반면 국민 인식의 지연, 연결성의 부재, 플로팅 세대의 정체성 혼란 등의 한계 또한 동반한다. 리퀴드폴리탄 개념의 도입은 국민 인식의 지연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생활인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할 경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생활인구를 단기 방문객으로 인식해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거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또한, 지역의 경제 시스템을 자립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큰 도전 과제를 동반한다. 생활인구가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으며, 정부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은 리퀴드폴리탄 개념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 또한, 플로팅 세대의 취향과 정체성 혼란 문제도 중요하다. 이들은 자율성과 소속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며, 지역에 적응하지 못하면 공동체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지역이 단기 거주지로 소비될 위험을 높인다.




리퀴드폴리탄에 대한 작성자의 인사이트는?

*해당 단락은 2주간 해당 트렌드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 예측을 바탕으로 한 의견입니다.


1) 소멸위험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리퀴드폴리탄 연계 스포츠구단 창단이 활성화될 것이다.

최근 지방에 생활인구를 유치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가장 강력한 콘텐츠가 프로스포츠인 만큼 리퀴드폴리탄 트렌드가 본격화되면서, 소멸위험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스포츠 구단 창단이 활발해질 것이다. 최근 수원, 성남시, 파주시 등 여러 지차체가 새로운 프로야구단 창단을 추진하는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한 스포츠 구단 창단과 운영을 전략적인 콘텐츠로 활용해 거점 도시로서의 매력을 높이고 지역 생활인구를 늘릴 수 있는 것이다.


2) 지역 로컬 크리에이터와 연계하는 로컬 콘텐츠 관련 학과가 확대될 것이다.

생활인구가 지역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지역에 흥미를 느낄 만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지역 콘텐츠 제공이 필수적이며, 이에 따라 로컬 크리에이터의 육성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내 로컬콘텐츠 관련 학과는 지역 브랜딩,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세부 분야로 구분되며, 기존 로컬 크리에이터와 연계한 실무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이 구축될 것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은 다시 공진화에 힘쓰는 로컬 크리에이터로 성장함으로써 지역 콘텐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3) 활동이 완전히 친환경적으로 운영되는 ‘제로웨이스트 리퀴드폴리탄’이 탄생할 것이다.

리퀴드폴리탄의 기반이 되는 택티컬 어바니즘의 활성화로 도시 상생에 건축, 농업까지도 참여 주체와 분야가 확장된다면, 도시는 에너지의 유연한 순환과 이용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진정한 '제로웨이스트 리퀴드폴리탄'으로 변할 것이다. 이는 지역 내에서 모든 자원이 순환되는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의 도입으로 일상의 활동들이 완전히 친환경적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도시 형태의 등장을 의미한다.


4) 1유로 프로젝트의 전국적 확산으로 개인 인디 브랜드 운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현재 소정동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초기 단계의 1유로 프로젝트는 공간 활용의 혁신성과 청년 소상공인 지원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1유로 프로젝트가 확대되면, 입점자들은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창업 시작이 가능하며, 지역 생활인구로 자리 잡으면서 로컬 경제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리퀴드폴리탄은 단순한 도시 변화의 개념을 넘어, 우리의 삶과 가치관, 그리고 관계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고정된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도시를 경험하고,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 이 혁신적인 트렌드가 전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진채원/ sallyj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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