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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 ‘덕질이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다

CASE TRACKING

오늘의 케이스 트래킹은 <크레페>입니다. 이 케이스 트레킹은 커미션 중개 플랫폼 크레페가 직거래로 이루어졌던 커미션 거래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내에서 서브컬처 창작물의 입지를 넓혀가는 과정을 담은 케이스 트래킹입니다.


2024년 10월, ‘크레페’를 운영 중인 기업 쿠키플레이스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총 20억 원 규모의 프리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크레페 홈페이지

크레페, 관련 산업은 어떠할까?

‘서브컬처’란 비주류적 취향과 감성을 의미한다. 2010년대부터 2020년대에 걸쳐 서브컬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했으며, 이에 따라 그 의미와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게임·애니메이션 등 공식 콘텐츠 자체보다는, 일반인 및 팬덤 기반 창작자들이 주도하는 서브컬처 창작물에 주목한다. 이들은 창작 주체의 성격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일반인 창작자에 의해 자율적으로 생산되는 ‘1차 창작물’, 즉 ‘자캐’(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독립 창작물이 있다. 둘째, 기존 원작을 기반으로 팬의 상상력을 더해 제작되는 ‘2차 창작물’이 있으며, 팬아트나 팬픽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브컬처 창작물은 비상업적 교류가 중심이 되는 SNS뿐 아니라, 수익화와 유통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서브컬처 창작 플랫폼에서도 활발히 생산·소비되고 있다. 이때 창작 플랫폼의 유형은 거래 방식에 따라 단건 판매형(창작물을 개별적으로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정기 후원형(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주기적으로 후원함으로써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멤버십 콘텐츠를 열람하는 구조), 커미션 중개형(소비자의 의뢰에 따라 창작자가 맞춤형 창작물을 제작하는 구조), 폼 기반형(주문서 형식의 신청을 통해 창작물 거래가 이루어지는 구조)로 나뉜다. 플랫폼의 공통적인 특징은, 창작자는 웹 발행이나 굿즈 통신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고, 플랫폼은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취득해 수익을 올린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서브컬처 창작 플랫폼은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포스타입의 2024년 결산 리포트에 따르면, 해당 연도 동안 발행된 2차 창작 포스트 수는 약 138만 건에 달했으며, 수익이 발생한 크리에이터 수는 약 7만 5천 명에 이르렀다. 이때 단일 포스트 최고 수익은 9,400만 원이었고, 가장 많은 멤버십 후원액은 1억 4,000만 원에 달했다. 해외에서도 서브컬처 창작 플랫폼은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달리 2차 창작물이 공식 산업 구조 내에서 의미 있는 창작물로 수용되기도 한다.


당시 서브컬처 플랫폼 산업에는 어떤 이슈가 있었을까?

서브컬처 산업은 포스타입이라는 창작 플랫폼의 확산을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했으며, 동시에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인해 창작물의 무단 학습과 저작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 포스타입의 확산과 산업 패러다임 변화

서브컬처 창작물 확산 초기, 서브컬처 창작물은 ‘비상업성’이라는 암묵적인 규칙을 갖고 있었으며, 오프라인 행사에서 유료 판매를 진행해도 적자를 감수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유료 연재 및 후원 기능을 지원하는 서브컬처 창작 플랫폼 ‘포스타입’의 성행과 함께, 2차 창작물의 온라인 유료 거래가 본격화되었다. 포스타입은 2차 창작물 유통의 중심 허브로서 소비자의 접근성과 수익화를 동시에 확대하며 2차 창작물의 상업화를 가속화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2차 창작물은 기획된 콘텐츠라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2차 창작자는 스스로를 ‘창작자’로 인식하고, 창작 행위를 ‘의미 있는 문화 실천’뿐만 아니라 ‘노동’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소비자 또한 창작물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창작자의 권리와 콘텐츠 가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2.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한편, 2차 창작물은 저작권법 제5조에 따라 일정한 창작성을 갖추면 독립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은 완성된 창작물만을 보호하고, 문체나 화풍 같은 고유한 특징 자체는 보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최근 생성형 AI가 창작물의 ‘스타일’을 학습하는 행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중간 작업물, 스케치, 타임랩스 등을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2차 창작자는 AI 학습에 무단 노출될 위험에 특히 노출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저작권 침해를 넘어, 창작자라는 직업적 지위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생성형 인공지능 관련 국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나, X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일방적인 약관 변경은 여전히 개인 창작자에게 실질적인 통제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3C 분석을 통한 전략 도출

1. 자사 (Company) 분석

자사 분석 결과, 크레페는 커미션 전문 플랫폼으로서 안전한 거래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안전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커미션 신청자가 커미션주의 정체성과 신뢰도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가독성 높은 프로필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신청자가 커미션주에게 직접 신청하는 기존의 방식 외에도 신청자가 커미션주를 역으로 모집할 수 있는 ‘커미션 구해요’ 기능을 통해 거래 방식의 다양성도 확보하고 있다.


2. 소비자 (Customer) 분석

소비자 분석 결과, 크레페의 주요 고객층은 스스로의 취향을 능동적으로 탐색하고 실현하는 10~20대 여성이다. 이들은 커미션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상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구체적인 신청서를 작성하고 높은 수준의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한다. 또한, 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 위해 작업 과정 중 확인 및 수정 단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한편, 크레페를 이용하는 창작자들은 프로 창작자의 부업, 취미 활동, 포트폴리오 구축 등 다양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창작물에 대한 권리 의식과 경제적 보상을 동시에 중시하며, 안정적인 작업 환경 역시 중요한 요소로 인식한다.


3. 경쟁사 (Competitor) 분석

경쟁사 분석 결과, 크레페의 주요 경쟁사는 트위터, 아트머그, 윗치폼 등이다. 트위터는 높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팬덤 커뮤니티 내 2차 창작 뿐만 아니라 커미션 직거래도 활발히 이루어지는 공간이지만, 소비자 보호 장치가 미비해 거래 지연이나 결과물에 대한 불만족, 사기 등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아트머그는 외주 중심 플랫폼으로, 에스크로 시스템과 구체적인 중재 가이드라인을 통해 거래의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다만, 시각 예술 분야에 집중되어 글 카테고리를 제공하지 않으며, 상업적 목적을 위한 고가의 커미션 거래가 주를 이룬다. 윗치폼은 간단한 커미션 신청 구조로 접근성이 높으나, 커미션 조건 안내나 작업 가이드라인이 구조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다.


따라서 크레페는 경쟁사 대비 편리한 커미션 특화 구조를 바탕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소비자의 만족을 실현하는 서브컬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크레페,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전략 1) 크레페의 전문성의 유지하되, 종합적인 서브컬쳐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 타 플랫폼과 협력하자

디지털 환경에서도 콘텐츠 소유권에 대한 불안정성과 수집욕에 따른 실물 굿즈 수요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팬덤 내에서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실물 굿즈를 직접 제작하거나, 커미션을 통해 제작하는 자율적 생산·소비 문화 또한 확산되고 있다. 이때 TMM은 굿즈 제작과 통신 판매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팬덤 내 개인 창작자가 손쉽게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크레페는 커미션 중개에 집중하면서도, 타사와의 협력을 통해 해당 수요를 충족하고 서브컬처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을 취했다. 2024년 11월, 크레페는 온라인 주문서 플랫폼 TTM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서비스 이용을 위한 상호 이동 링크 및 배너 삽입, 인쇄 서비스 프로모션 등 다양한 연계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전략 2) 크레페의 X 공식 계정을 이용하여 여성의 날을 기념할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을 펼치자
출처: 크레페 공식 X 계정

서브컬처 팬덤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기부·봉사 등 사회적 실천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문화를 형성해오고 있다. 한편 X의 리트윗 및 인용 리트윗 기능은 사용자 간 콘텐츠 확산을 촉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국제 여성의 날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활발히 기념되지만, 한국 내에서는 여전히 낮은 인지도를 보인다. 이에 크레페는 주 고객층인 10~20대 여성을 고려하여, 해당 기념일을 활용한 ‘선한 영향력’ 실천 전략을 전개했다. 2025년 3월, 크레페는 자사 공식 SNS 채널을 통해 X에 게시된 기부 이벤트 글이 한 번 리트윗될 때마다 100원이 적립되는 방식의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총 1,000만 원을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에 기부하였다.


전략 3) 생성형 AI로부터 창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플랫폼만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

빅데이터 분석과 예술계의 전시 동향을 통해, AI 생성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예술계 내 일자리 불안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창작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공모전 등에서 AI 작품의 수상 및 제출 자격을 제한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크레페 내에서도 사전 고지 없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례가 발생하며 이용자 간 논란이 일었다. 한편 크레페는 2024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된 이후, 인공지능으로부터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2025년 4월, 크레페는 인공지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안티-AI 프로젝트 ‘버틀레리안’을 발족하고, 생성형 AI에 대한 플랫폼 내의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였다.

‘버틀레리안’은 다음 세 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되는데, 우선 AI 학습을 방해하는 필터 기능을 크레페 플랫폼에 업로드되는 콘텐츠에 적용하고자 하였다. 둘째, 커미션 결과물 내 메타데이터를 감지해 AI 프롬프트 사용 여부를 탐지하고, 이를 내부 CS 시스템과 연동하여 자동으로 경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다. 셋째, AI 관련 고객 응대 매뉴얼과 이용약관 체계를 고도화하여, 커미션 신청자와 창작자 양측의 권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고자 한다.


크레페 전략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첫 번째 전략은, 소비자가 두 플랫폼을 연계해 온라인 커미션과 오프라인 실물화 경험을 유기적으로 이어가는 새로운 소비 방식, 즉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덕질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의를 가진다. 유료 포스트 발행을 전문으로 하던 포스타입이 리퀘스트 기능을 도입하고, 폼 전문 플랫폼인 윗치폼이 커미션 거래로 기능을 확장하는 등, 최근 서브컬처 창작 플랫폼들은 점차 다기능화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크레페는 커미션 중개 플랫폼으로서 TMM과의 협력을 통해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각 플랫폼이 본래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용자 편의를 높이는 협업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은, 윤리적 가치와 기업 이미지를 중시하는 1020대 여성 이용자가 주 고객층인 크레페가 진행한 여성의 날 기부 이벤트는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착한 기업’으로 인식되던 매일유업이 실적 하락 위기 속에서 소비자 주도의 지지 운동을 경험했거나, 혐오 표현을 사용한 작품으로 인해 네이버 웹툰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사례는, Z세대 소비자들이 가치소비와 성인지 감수성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크레페는 특히 특히 단순 기부에 그치지 않고 ‘리트윗 이벤트’라는 바이럴 구조를 활용함으로써, 기존 비이용자나 크레페를 몰랐던 대중에게도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홍보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세 번째 전략은, AI에 대한 새로운 대응 방향성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의의를 가진다. 생성형 AI가 지브리 그림체로의 변환을 시도하면서 저작권 침해와 인간 창작의 가치 훼손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촉발한 사례처럼,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이에 대한 사회적·법적 논의는 여전히 더디다. 특히 관련 법 제정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플랫폼이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대응 방식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생성형 AI를 단순히 인간 창작자의 위협으로만 간주할 것이 아니라, 향후에는 창작 도구로서의 가능성과 공존 방안에 대한 논의 역시 함께 병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좋아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크레페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서브컬처 생태계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사회학과 김산하

iamsanha1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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