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트래킹
오늘의 케이스트래킹은 <이노스페이스>입니다. 본 케이스트래킹은 소형 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민간 소형 발사체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 속, 해외 발사 거점 의존도를 낮추며 높은 기술적 역량과 업계 내 신뢰도를 바탕으로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국판 스페이스X’로 중장기적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을 담은 케이스 트래킹입니다.
2025년 3월, 이노스페이스가 발사의 핵심 인프라인 발사대를 독자 개발하는 데에 성공하고, 첫 상업발사를 앞둔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노스페이스가 속한 우주산업은 어떻게 성장해왔을까?
/출처: 동아사이언스/
우주산업은 냉전기 미국과 소련의 경쟁 속에서 탄생했으며, 1969년 아폴로 계획의 달 착륙 성공은 그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막대한 비용과 높은 리스크로 인해 초기에는 정부 주도의 공공사업 성격이 강했지만, 미국의 법 개정과 기술 진보를 계기로 민간 기업의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 최근 우주산업은 단순 발사를 넘어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위성 산업이 전체 우주산업의 약 75%를 차지하고 그중 발사체·위성 제조 부문은 10%에 불과하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형태로 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국내도 이에 발맞춰 2024년부터 민간 주도 우주산업 육성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K-뉴스페이스’ 시대를 개막했다.
현재 우주산업 내 발사체 산업은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을까?
1.민간 소형 발사체 기업에 대한 수요 증가
위성산업은 발사체·위성 개발(업스트림), 데이터 전송(미드스트림), 정보 가공 및 판매(다운스트림)로 나뉘며, 이 중 수익성이 높은 다운스트림은 민간의 진입이 비교적 활발했다. 반면 발사체 중심의 업스트림 분야는 막대한 개발비와 긴 회수 기간, 높은 리스크로 인해 정부 주도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안보 불안정성과 기술 자립 필요성이 부각되며, ‘자국 위성은 자국 발사체로’라는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도 차세대 발사체(KSLV-III)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민간의 초기 참여를 유도해 생태계를 확장하는 구조로 전환 중이다. 특히 누리호보다 작고 유연한 소형 발사체는 큐브위성 등 소형 위성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어, 민간 중심의 우주산업 확장을 이끌 주요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2. 발사 거점 다변화 및 복합적 자산화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내 최초의 발사 거점인 나로우주센터는 발사체의 조립, 시험, 발사뿐 아니라 비행 통제와 기상 관측 등 우주개발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가 집약된 전략 기지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단일 거점에 의존한 체계는 장비 이상이나 기상 변화에 취약해 일정 조정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특히 민간 중심의 상업 발사 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흥 외에도 제주, 사천 등 다양한 지역으로 발사 인프라를 확장하며 거점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해상 바지선 플랫폼을 활용한 발사 시도까지 이루어지며, 지형 제약 없이 발사 안정성과 가용성을 높이려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발사 거점은 단순한 기술적 기반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 전문 인재 양성, 체험 관광 등과 결합한 복합 기능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거점 간 연계를 통해 산업 클러스터로의 전환도 함께 모색되고 있다.
PEST분석을 통한 이노스페이스의 전략 도출
[1. 정치-제도 (Political)]
윤석열 정부의 공약에 따라 2024년 우주항공청(KASA)이 출범하며 국내 우주 산업 투자가 본격화되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우주개발 예산을 1조 5천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관련 일자리 25만 개 창출을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우주항공청은 발사체·위성 등 중점기술 개발과 산업기반 확보를 통해 민간 기업 참여를 촉진하고 있으며, 이는 소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이노스페이스에 유리한 제도적 환경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노스페이스가 시험 발사를 진행한 브라질 발사 거점은 정치·외교 변수에 따라 불확실성이 존재해, 해외 인프라 의존에 따른 리스크가 지적되고 있다.
[2. 경제-시장 (Economic)]
상업 발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시험 발사가 필수적이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소형 발사체 시험 발사 한 번에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이 소요되며, 발사 실패나 지연 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위험도 존재한다. 이노스페이스는 2024년 기준 매출 발생이 거의 없고 누적 영업손실 176억 원, 당기순손실 179억 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 구조가 불안정해졌으며, 이에 따라 공모가 대비 43% 주가가 하락하는 등 투자 기대가 감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손실은 연속적인 시험 발사를 통한 시장 신뢰 구축 과정의 일환으로 해석되며, 이노스페이스는 2025년 3월부터 ‘한빛-나노’ 발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업 발사에 나서 매출을 창출할 계획이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3. 사회 (Social)]
이노스페이스는 2023년 브라질에서 민간 최초로 하이브리드 엔진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한국형 스페이스X’라는 대중적 인식을 얻었다. 이는 민간 주도 우주산업 가능성을 보여주며 젊은 층과 기술 종사자 사이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정부와 교육기관의 STEM 교육 확대 정책이 우주 스타트업에 우수 인재 유입과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촉진하고 있다.
[4. 기술 (Technology)]
이노스페이스는 고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을 기반으로 소형·민간용 발사체 시장에서 경제성과 안전성 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재사용 발사체 기술과 중형급 이상 발사체 개발이 필수 과제로, 스페이스X 등 선도 기업과의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노스페이스는 민간 소형 발사체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 속, 해외 발사 거점 의존도를 낮추며 높은 기술적 역량과 업계 내 신뢰도를 바탕으로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국판 스페이스X’로 중장기적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을 취해야한다.
그렇다면 이노스페이스는 어떤 세부 전략을 취해야할까?
전략1) 반복 시험 발사 과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체 시험장을 인프라와 지리적 이점을 가진 고흥에 구축하여 미래의 발사 거점까지 확보해야 한다.
민간 우주 발사체 기업들은 반복 시험 발사를 통해 기술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외부 시험장 이용 시 비용 부담, 일정 조율 어려움, 기술 유출 우려 등의 리스크가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종합시험장 구축이 필수적이다. 전남 고흥은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우주발사 인프라가 밀집된 지역으로, 발사 안전구역 확보와 인허가가 용이해 민간 시험장 조성에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는다. 또한, 정부는 2031년까지 1조 6,000억 원을 투자해 고흥을 중심으로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며, 민간 시험장 구축은 이 클러스터로의 진입과 발사 거점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이노스페이스는 2025년 5월 고흥에 민간 우주 발사체 종합시험장을 완공하며, 미래 발사거점을 확보하려 한다.
전략 2) 다중 위성 탑재 기술이 필요한 상황 속, 중장기적 성장이 가능한 유럽 시장에 진출하여 법적 구속력과 신뢰성을 지닌 SPA를 체결해야 한다.
발사체 산업은 고비용·고위험 특성상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SPA)이 필수적이며, 이는 사업 안정성과 신뢰도 확보에 중요하다. 또한, 초소형 위성 시장 성장과 스페이스X의 다중 위성 탑재 방식 확산으로 인해, 다수 위성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다중 탑재 플랫폼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유럽은 발사 인프라가 부족해 외부 의존도가 높고, 향후 약 11조 원 규모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어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유럽 시장 선점이 요구된다. 이에 이노스페이스는 2025년 6월 독일 위성 분리 시스템 전문 기업 ‘엑소런치’와 SPA를 체결하고, 다중 위성 탑재 플랫폼 ‘엑소튜브’ 기술 도입 등 협력을 통해 글로벌 위성 고객 확보와 통합 발사 서비스 제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략 3) 공급 비용 절감 및 구조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기술적 한계를 극복가능한 3D 프린팅 기술을 적극 도입해 첨단성을 높이고 인재를 유입해야 한다.
3D 프린팅 제조 기술은 항공우주 산업에서 공급 비용 절감과 구조 혁신을 가능하게 하여 재무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복잡한 부품을 단일 공정으로 제작할 수 있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며, NASA 등 주요 기관에서 비용 절감과 부품 통합에 성공한 바 있다. 또한 3D 프린팅 도입은 기업의 첨단성과 신뢰성을 높여 고급 인재와 전략적 파트너십 확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에 이노스페이스는 2025년 6월 3D 프린팅 적층 제조 기술을 활용하는 첨단제조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자체 발사체 엔진과 핵심 부품 생산에 집중하며 비용 절감과 품질 관리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전략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1)이노스페이스의 고흥 민간 시험장 완공은 반복 발사에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략이다. 자체 시험 공간을 통해 개발 일정의 유연성과 상업 발사 준비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되었고,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마련했다. 특히 고흥은 향후 산업 클러스터와의 연계를 통해 민간 발사거점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지이기에 더욱 기대된다.
2)독일 발사 서비스 기업 엑소런치와 체결한 SPA는 유럽 시장 진출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일반적인 업무협약(MOU)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존재하는 SPA를 체결한 것이 긍정적이다, 특히 유럽은 2024년 기준 궤도 발사 횟수가 미국 대비 현저히 낮은 등 발사체 인프라가 부족해, 외부 민간 발사체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노스페이스가 중장기적으로 유럽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기대가 된다.
3)이노스페이스의 3D 프린팅 기반 첨단제조사업본부 신설은 고도화된 우주 산업 관련 제조 역량을 내재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항공우주 특유의 복잡·정밀 부품 생산에 적합한 적층 제조 기술을 통해, 품질과 비용 두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술 자립과 함께 첨단 제조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위상을 제고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이노스페이스의 이러한 ‘한국판 스페이스X’로 나아가는 노력을 지켜보며, 민간 기업과 함께 우주 산업 강국이 될 우리나라의 모습을 기대해보자.
고려대 경영학과 임채정/ yongari12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