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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TV
1. 쿼터제란 무엇인가?
쿼터제는 본질적으로 수입품의 양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강력한 보호무역 수단입니다. 한 국가가 자국의 특정 산업을 외국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거나, 급격한 수입 증가로 인한 무역수지 불균형을 조절할 필요가 있을 때 이 제도를 활용합니다. 쿼터제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수입되는 상품의 가격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관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관세가 수입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간접적인 규제 방식이라면, 쿼터제는 수입될 수 있는 상품의 총량 자체에 상한선을 두어 원천적으로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매우 직접적이고 강력한 규제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쿼터제는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에게 복합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수출하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자국 상품을 수출할 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무역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통한 수출 확대의 기회를 제한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합니다. 만약 수입국이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출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쿼터제하에서는 할당받은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가 면제되거나 매우 낮은 세율이 적용되므로, 해당 물량만큼은 안정적인 수출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쿼터는 일반적으로 국가별로 물량이 배분되기 때문에, 각 수출국은 정해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는 수출국 간의 과도하고 소모적인 가격 경쟁을 어느 정도 방지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수출국들은 자국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고율의 관세보다는, 비록 총량은 제한되더라도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쿼터제를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인 무역 규제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즉, 쿼터제는'양'을 제한하는 대신 '안정성'을 제공하는 양면성을 지닌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쿼터제 도입과 폐지의 배경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산업에 쿼터제를 도입하고, 이후 이를 폐지하며 더 강력한 관세 정책으로 전환한 배경에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일관된 정책 기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동맹 관계나 다자간 무역 협정의 틀에서 벗어나, 오직 자국의 산업 보호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강력한 경제 민족주의입니다. 이러한 기조 아래, 트럼프 행정부는 1992년 이래로 30년 넘게 누적되어 온 막대한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았습니다. 특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던 중국을 불공정한 무역 관행의 핵심 주체로 지목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한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구체적인 첫 조치가 바로 2018년에 발동된 '무역확장법 232조'였습니다. 이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수입품에 대해 긴급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이를 근거로 미국은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 조치는 전통적인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예정이었기에, 한국 철강 산업 역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약 1년에 걸친 치열한 양자 협상을 진행했고, 그 결과 관세 폭탄을 피하는 대신 다른 형태의 규제를 받아들이는 데 합의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절대 쿼터제였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한국은 과거 3년간(2015-2017년)의 평균 수출 물량의 70%에 해당하는 약 263만 톤의 물량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되었고, 이 한도를 초과하는 물량은 수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 해졌습니다. 이는 고율 관세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대신, 수출량의 성장을 스스로 제한하는 방식을 선택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쿼터제는 정작 정책을 도입한 미국 입장에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외국산 철강의 수입량이 인위적으로 제한되자, 미국 내에서는 오히려 철강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어드니 철강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자동차, 건설, 가전 등 철강을 핵심 원자재로 사용하는 미국의 후방 산업 전반에 심각한 원가 상승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이는 최종 소비재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목격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쿼터제가 자국 산업을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경제 전반에 부작용만 낳는다고 판단, 2025년 2월 10일, 기존의 쿼터제를 전면 폐지하고 모든 수입 철강에 대해 국가나 품목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훨씬 더 강력하고 극단적인 초강경 보호무역 조치를 단행하게 된 것입니다.
3. 한국 철강 산업의 전례 없는 위기
쿼터제가 폐지되고 50%라는 살인적인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한국 철강 산업은 그야말로 존립을 위협받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미국은 국내 철강 총수출액의 13.1%를 차지하는, 대체 불가능한 최대 수출 시장이었기에 이번 조치가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실로 막대했습니다.
가장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는 가격 경쟁력의 완전한 상실이었습니다. 기존에 톤당 83만 원에 판매되던 한국산 열연강판은 50%의 관세와 물류비를 더하면 미국 현지에서의 판매 가격이 130만 원까지 치솟게 됩니다. 이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은 물론, 다른 경쟁국 제품에 비해서도 월등히 비싼 가격으로,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즉각적으로 수출 실적에 반영되었습니다. 관세가 부과된 직후인 2025년 7월과 8월,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5.9%, 32.1% 급감하며 4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 전선이 사실상 붕괴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내수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가뜩이나 국내 건설 경기가 사상 최장기 침체를 겪으며 철강에 대한 수요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산 저가 철강이 새로운 판로를 찾아 한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시장은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 가격은 국제 시세에 따라 계속 오르는데, 내수 시장의 극심한 경쟁과 수요 부진으로 인해 제품 가격은 올리지 못하는 '스틸플레이션(Steel-flation)' 현상이 발생하며 국내 철강 기업들의 수익성은 근본적으로 악화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는 단순한 철강 원자재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부품, 가전, 심지어 알루미늄이 포함된 화장품 용기 등407개에 달하는 파생상품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철강 산업의 위기가 자동차, 기계, 뷰티 산업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 전반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4. 지역 사회의 붕괴, 그리고 포항의 새로운 도전
철강 산업의 붕괴는 곧바로 포항, 광양, 당진과 같이 특정 산업에 경제의 명운을 걸고 있는 지역 사회의 존립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수십 년간 지역 경제를 지탱해 온 핵심 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이들 단일 산업 도시는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내며 급격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철강 수도'라 불리는 포항이 겪는 위기는 가장 상징적이었습니다. 지역 경제의 심장부인 포스코의 설비 가동률이 67%까지 떨어지고, 생산액과 수출이 모두 급감하면서 일부 공장은 가동을 멈추거나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곧바로 수많은 협력업체의 연쇄 부도 위기와 대규모 고용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고, 남은 시민들은 소비를 줄이면서 지역 상권은 급격히 붕괴했습니다. 포항의 중심 상권인 중앙상가의 공실률은 전국 평균의 2~3배에 달하는 40%까지 치솟았으며, 도시 전체가 활력을 잃어갔습니다. 이러한 일자리 감소와 상권 붕괴는 인구 유출을 더욱 가속화하여, 도시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 '도시 소멸'의 위기감마저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출처 : 경상매일신문
하지만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포항은 좌절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철강 산업의 몰락을 도시의 끝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문화 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통해 도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포항시가 '철강'이라는 기존의 산업 유산을 버리는 대신, 오히려 이를 문화와 예술에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독창적인 시도를 펼쳤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포항 스틸아트페스티벌'입니다. 이 축제는 차가운 철강에 예술적 감수성을 불어넣어 도시의 정체성을 새롭게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노력을 인정받아, 포항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 지정하는 '1차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포항은 지역의 우수한 첨단 과학·기술 자원과 문화예술을 결합하는 'Art & Technology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며, 과거의 철강 도시를 넘어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문화도시로의 담대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쿼터제가 폐지되고 고관세 50%가 부과된 지금,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
해당 단락은 2주 동안 해당 이슈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한 의견입니다.
#1 파생상품까지 50%라는 고관세가 부과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K- 뷰티 화장품의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들은 화장품 구매를 꺼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화장품 브랜드들은 알루미늄 용기 사용을 줄이고 포장재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2 단일 산업 도시에서 콘텐츠의 한계를 느낀 소비자에게, 각 지역은 문화산업을 위해 예술가들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나아가 지역의 차별화된 산업들 간의 융합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야한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송은정 / songj030126@gmail.com